[단독] 동양대 표창장 서식 입수… 검찰 공소장대로 표창장 제작 가능할까

김태현 기자입력 : 2020-07-30 06:00
"피고인은 아들 상장 하단부의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직인)' 부분의 캡처 이미지를 (딸의) 표창장 서식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 넣고 컬러 프린터로 미리 준비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출력하는 방법으로 동양대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여 '동양대 총장 최성해 명의의 표창장'을 만들었다."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밝힌 '표창장 위조'의 방식이다. 

검찰의 공소장과 재판과정에서 명시한 표창장 위조 과정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동양대 상장 스캔 이미지 전체 캡처 ▲캡처된 이미지 워드문서에 삽입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만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 그림파일 생성(총장님 직인파일.jpg) ▲상장서식 한글파일에 내용 기재 후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이미지 파일 넣은 후 파일출력 순이다.

위조 과정에서 '캡처'를 했는지, 용지를 뽑아서 '날인'을 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있지만 애초 검찰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표창장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이다.

29일 아주경제는 동양대학교 상장 서식과 정 교수의 딸 조씨의 표창장 사진, 그리고 아들의 상장 사진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주장한 방식으로 표창장 위조가 가능한지 실험해 보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조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은 일부 공개된 적이 있지만 아들의 상장은 아주경제가 처음으로 입수한 것이다.
 
표창장 서식 '단독 입수'… 검찰의 주장 가능할까
실험 결과는 의외로 싱거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검찰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양대의 각종 상장은 철저하게 계산된 양식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림 파일(JPG, PNG 포함)을 삽입하면 곧바로 서식이 망가져 버렸다.

동양대가 이렇게 엄격한 상장규격을 만든 것은 상단부의 대학로고와 중하단 왼쪽의 은박 휘장 때문이다. 로고와 휘장을 침범하지 않고 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정해진 위치에 각종 문구가 들어가도록 만들 필요가 있었다. 
 

검찰의 공소장에 적시된 표창장 제작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표창장. 다만 공소장에 명시된 대로 제작할 경우 은박 부분을 침해하거나(왼쪽) 글자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난다(오른쪽). [사진=김태현 기자]


왼쪽 사진이 바로 정해진 서식을 함부로 바꿨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보는 것과 같이 표창장의 일련번호가 대학의 로고 부분을 잠식해 버렸다. 동시에 하단부에서는 '동양대학교'가 은박휘장을 잠식했다. 

서식을 어떻게 맞춘다고 해도 검찰이 주장하는 방식으로는 표창장을 위조하기 어려웠다. 

검찰이 법정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정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 서식, 아래아한글의 '표' 안에 '총장님 직인파일.jpg'를 삽입해 넣었다. 직인파일은 아들의 상장(2012년 7월 13일) 하단부를 오려내 만들었다. 지난 23일 법정에서 검찰은 실제로 그 과정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동양대의 아래아한글 표창장 서식 '표' 안에 직인파일을 삽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제 동양대 표창장 양식으로 직인파일을 삽입하자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위의 오른쪽 사진처럼 그림 파일의 크기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크기를 키우면 아래아한글의 특성상 두 페이지로 나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를 막으려면 프린트 용지 설정에 들어가 아래·위 여백을 줄이거나 머릿말·꼬릿말을 없애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표창장의 전체 길이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길어진다.  

때문에 아래아한글 '표'에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을 넣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근본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재판에서 검찰은 '표'에 넣었다고 확정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는 향후 검찰이 증명해야 될 사안으로 보인다.
 

[사진=김태현 기자]

"좌우로 늘렸다"… 자충수 둔 검찰
검찰은 지난 재판에서 정 교수가 아들의 상장을 캡처한 다음 딸의 상장 서식에 집어넣고 "좌우를 늘렸다"고 주장했다.

"딸의 상장에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을) 붙여넣고 좌우 조정했고, 동일하게 옆으로 늘린 걸로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당시 재판에 나온 포렌식 수사관도 직인 부분이 늘려져 있다는 검찰의 주장이 맞다고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같은 주장은 듣기에는 크게 틀린 부분이 없어 보이지만 오류가 있다.

확인결과 동양대 총장의 직인은 가로세로 3㎝이다. 본지가 확보한 상장에는 정 교수의 딸과 아들의 상장을 비교했을 때 글자간 거리는 차이가 있지만 직인의 경우 가로 '3㎝'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검찰의 주장대로 양옆으로 늘렸다면 가로의 길이가 늘어났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가로 폭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세로의 길이가 일정 부분 줄어들었다. 직인이 직사각형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렇게 된 이유는 표창장을 스캐너를 이용해 캡처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표창장의 위쪽에 카메라의 초점이 잡힐 경우 하단부 쪽으로는 왜곡현상이 생기면서 길이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난 재판에서 재판부도 이같은 부분을 캐물은 바 있다. 정사각형으로 찍힌 직인파일과 직사각형으로 찍힌 직인파일 간 차이가 발생한다면 애초 '상장대장'이나 '일련번호'를 두고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붙이고 늘렸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또 있다.

검찰의 주장대로 '아들의 상장 하단부를 오려 삽입한 형식'이라면 직인은 물론 글자의 크기나 전체 길이도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정 교수의 딸과 아들의 상장 하단부를 비교해 본 결과 눈으로도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로 크기가 달랐다. 

검찰이 법정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엉뚱한 주장을 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검찰은 상당히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캡처'를 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애초 한글파일 서식에서 발생한 차이를 설명할 수 없고, '날인'을 했다고 한다면 '직사각형' 직인파일을 설명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

아무튼 표창장 위조와 관련한 검찰의 1차, 2차 기소 모두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검찰의 부실한 수사를 향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경심 교수의 딸(위쪽) 표창장과 아들(아래쪽) 표창장을 원본 상태로 비교할 경우 0.5㎝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사진=김태현 기자]
 

검찰의 주장대로 아들(아래쪽)의 상장 하단부를 최대로 늘려 직인 부분을 직사각형으로 만들 경우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 부분과 직인파일이 같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난다. [사진=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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