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의 열린경제] 美·中 '경제적 이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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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사장)
입력 2020-07-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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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교수] 


[최남수의 열린 경제] 요즘 미국과 중국이 ‘말 폭탄’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 당장이라도 다른 살림을 차릴 기세다. 1년 반 가까이 관세전쟁을 벌이다 일시 휴전을 했던 양국은 코로나19 확산 책임과 홍콩의 지위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11년째 이어진 경기활황의 붕괴로 대선 ‘필승전략’의 산통이 깨진 트럼프는 중국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시진핑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수 없다는 기세로 역시 강경 대응 일색이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것은 1979년. 40여년이 지났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국제무역체제 안으로 들어온 것은 2001년. 20년째이다. 오랜 시간 글로벌 단일시장 체제를 같이 구축해온 미·중 양국.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의 와중에서 이제는 디커플링 또는 블록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언어도 정확해야 한다. 단어의 뜻을 살펴보자. 디커플링은 ‘분리된다’는 뜻이다. 블록화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목적으로 따로따로 별도의 집단으로 나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국 관계에 정말 이게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미·중 관계가 그레이엄 앨리슨이 ‘예정된 전쟁’을 예고했을 정도로 긴장 고조 국면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본질이 패권 다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자국 명목 GDP의 70% 선까지 근접하고 고속으로 기술 추격을 해오는 중국을 주저앉히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중국몽(中國夢)’을 꾸고 있는 중국으로선 1980년대에 미국을 추격하다가 ‘G2의 링’에서 끌려 내려온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각오일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 앞에 있는데 말이다.

미·중 두 나라는 경제적 관계를 최소화하는 과거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엄밀한 진단은 미국과 중국이 현재 경제적으로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이를 잘라내는 게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역, 투자 등을 중심으로 양국의 경제교류 현황을 들여다보려 한다.

먼저 수출과 수입. 지난해 양국의 교역 규모는 5589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09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중국은 2015년부터 미국의 1위 교역 국가였지만 지난해에는 3위로 위상이 낮아졌다. 무역분쟁 탓이다. 교역을 수출과 수입으로 각각 나눠보자. 2019년 중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066억 달러. 전체 수출의 6.5%에 머물렀다. 중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미국의 3위 수출상대국이다. 수입의 경우,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상품을 들여오고 있다. 지난해 대중 수입액은 4522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18.1%가 중국산이다.


 
 
<미국의 대중국 교역 추이> (단위:억 달러)
 

 

무역에서 두 나라의 상호분리는 가능할까? 먼저 수출.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수출의존도가 한국의 40%, 중국의 20%보다 크게 낮다. 미국은 소비 비중이 68%로 내수가 주도하는 경제다. 특히 전체 수출 중에서 중국의 비중은 6.5%에 그치고 있다.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든다고 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농축수산물 수출은 사정이 다르다. 수출이 급감하면 농민들의 불만 고조로 미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다. 수입은 상황이 대조적이다. 중국산 비중이 18%에 달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수입을 대폭 줄이면 미국도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값싼 중국산 소비재를 못 들여오면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 기업도 저가의 중국산 부품을 적게 쓰면 원가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 소비재에 대한 관세 보복을 미뤄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록화는 과거 미국과 옛소련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나온 얘기인데, 이를 미·중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1985년부터 소련이 붕괴된 1991년까지 두 나라의 교역 규모는 연간 최소 6억8900만 달러에서 최대 36억 달러에 불과했다. 연간 교역 규모가 5600억 달러에 가까운 미국과 중국이 무역 관계가 거의 없던 미·소 냉전 시대 때와 같은 블록화로 간다고 얘기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무엇보다 무역, 특히 수입 디커플링은 미국도 상처가 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중국을 압박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시간을 두고 대중 의존도를 낮춰 나가는 게 미국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다음은 외국인 투자.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다. 미국은 중국이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첨단기술을 빼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대미 투자금액은 2014년의 290억 달러(잔액 기준)에서 2018년에는 602억 달러로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대중 투자금액은 같은 기간에 822억 달러에서 1165억 달러로 41.7%가 늘어났다. 미국 자본이 상대적으로 중국에 더 많이 들어가 있다. 두 나라 사이에 ‘투자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투자 목적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자본이 중국에 진출한 목적은 주로 내수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반면 중국의 투자는 미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지적재산권, 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을 직접 사들이거나 일부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선호해온 배경이다.

미국의 위기의식은 강력한 ‘방어망’ 가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 유출 차단을 위해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나 지분 매입에 대해 촘촘한 그물망을 설치했다. 그 전면에 내세운 게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 미국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CFIUS의 권한을 강화했다. 중국의 기업 인수나 지분투자가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사하고, 필요할 경우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투자에서 미국과 중국은 디커플링이 가능할까? 상반된 두 가지의 흐름이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은 적극적으로 차단할 태세다. 중국 스지그룹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스테이앤드터치에 투자를 하려고 하자 트럼프가 미국 시민의 개인 정보 수집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철회 명령을 내린 게 대표적 사례다.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쓰지 못하도록 ‘기술 거리두기’를 본격화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각각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지난해 대중 판매액이 미국 관련 기업 매출의 3%에 그쳐 거래를 끊어도 별다른 피해가 없다. 하드웨어는 미국으로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1조 달러 규모의 미국 공장들이 현재 중국에서 가동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은 5G 스마트폰을 주로 중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에서의 디커플링은 미국 기업에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감정대로 움직이기 어렵게 돼 있다. 좀 더 큰 틀로 보면 미국 기업의 전반적인 대중 투자는 미국으로서도 쉽게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중국 내 많은 미국 기업들은 대규모 중국 내수 시장에서 매출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내수 주도의 성장전략으로 선회하면서 사업 기회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미 기업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중국을 떠나라‘는 미 행정부의 말은 압박용일 뿐 현실적 이익의 방향추는 그쪽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첨단부품의 공급 파이프라인은 크게 축소될 공산이 크다. 미국으로선 그다지 피해가 크지 않고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 포석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해외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이다. 맥킨지 분석을 보면 반도체, 항공, 로봇, 클라우드 서비스, 스마트폰 등 중국 주요 산업의 해외 부품 의존도는 50%를 웃돌고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가 가시화되자 중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술 자립을 위한 ‘대장정’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등 국가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당초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이던 첨단부품 국산화 작업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말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쓰고 싶어 하는 그 ’주먹‘도 미국이 다치지 않고 중국만 상처를 입혀야 사용할 수 있다. 미·중 양국은 과거 미국과 옛소련의 관계와 다르게 워낙 밀접하게 얽혀 있다. 자국은 타격을 받지 않고 상대에게만 피해를 주는 ’경제 전면전의 수(手)‘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의 중국 ’옥죄기‘는 자국의 타격이 작은 부분에 집중되고, 피해가 큰 부분은 엄포를 놓는 목소리만 큰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대중 수입과 투자 축소는 미국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물가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거나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잃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기술과 부품 디커플링이다. 중국의 기술과 부품 도입 창구를 좁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대중 수입이나 투자는 양국이 당장 결별하는 게 어려워 시간을 두고 의존도를 낮춰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 깊숙이 맞물려온 양국 관계는 그 시간의 길이와 깊이 만큼 하루아침에 모든 면에서 갈라서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이 현실을 무시하고 양국의 충돌이 선을 넘어선다면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또 다른 위기를 몰고 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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