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유통 산업 中] 소비자에게 피해 고스란히 전가…소비 '선택권'도 박탈

김충범 기자입력 : 2020-07-27 19:00
대형마트 규제의 경우 소비자들 기회비용 손실로 이어져 복합쇼핑몰 규제는 소비자 후생 저하 우려…단순한 쇼핑 공간 아닌 지역 랜드마크로서의 기능 간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경제의 주요 지탱 축인 유통 산업이 오프라인 채널의 침체와 함께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최근 수년간 유통가의 전반적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한 이유도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유통 산업에 직접적인 족쇄로 작용한 탓이다. 이들 간의 대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위기의 중심에는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이 자리한다. 유통 산업의 발전 및 진흥 도모, 건전한 상거래 질서 확립, 소상공인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제정된 이 법은 원래 취지가 훼손된 채 역설적으로 현재 오프라인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잃어버린 10년…"'유통산업발전법'은 누구를 위한 법?"
(中) 소비자에게 피해 고스란히 전가…소비 '선택권'도 박탈
(下) 이념 논리는 그만…이제는 족쇄 풀 때

#. "일요일 대형마트 휴무 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려면 생각보다 많은 각오를 해야 한다.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고, 주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트처럼 카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하기도 어렵다. 마트 휴무 규제 정도는 좀 풀렸으면 한다."

유통법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정부와 업계 간의 힘겨루기 싸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간의 대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유통 산업은 기본적으로 다른 산업과 비교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색채를 강하게 띤다. 어느 산업보다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고, 이에 따른 활발한 교류를 통해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 작은 외부 요인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릴 개연성이 충분하다.

특히 유통법은 유통 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그야말로 시장 영향력이 막대한 법규다. 업계가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국회가 유통법 개정 하나하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장이 상당한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과 같은 무차별적인 규제 일변도 발의안들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법 개정안은 대부분 점포 출점 제한, 영업시간 축소 등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소비자들은 소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유통 채널 이용까지 강요받는 이중고에 놓여있다.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0여년간 유통법 시행 결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대체재 관계가 아님이 증명됐다. 소비자들이 마트가 쉰다 해서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직장인 유모씨(35·여)는 "평일에 집을 비우는 워킹맘 입장에서는 장을 주말에 몰아서 보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휴무라도 들어간다 치면 아예 그 주에 장 보는 것을 포기하거나 그 전날인 토요일에 마트를 찾게 된다"며 "돌이켜보면 마트를 갈 때 그나마도 전통시장을 함께 둘러보는 것 같다. 마트 월 2회 휴무를 이해할 만한 일반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트 휴무는 곧 소비자들의 기회비용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평일도 아닌 일요일 휴무는 운영 업체 측에도 타격을 주지만, 모처럼 주말을 틈타 장을 보려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의 경우 정부가 대기업의 영업을 제한해 발생한 기회매출을 소상공인에게 돌려주겠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는 소비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며 "이는 역으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기회비용의 손실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을 금액으로 환산해보라. 시대에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소비자들이 오히려 유통법으로 인해 소비 선택의 권리를 침해받는 상황이 됐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을 위해 규제 일변도의 법안을 내놓기보다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자연스레 끌어올릴 수 있는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형마트에 비해 더 규모가 크고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복합쇼핑몰의 경우 소비자들의 후생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복합쇼핑몰이 지역 랜드마크 시설로 기능하는 점을 간과하고, 단순히 대기업 쇼핑 공간으로만 인식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단순한 쇼핑 공간 제공을 넘어 문화·교육·컨벤션 센터로의 기능을 발휘해, 인근 지역민 내지는 광역 수요까지 흡수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며 "또 특별한 목적 없이 봄철 미세먼지, 여름 혹서기, 겨울 혹한기를 피하기 위해 복합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다. 복합쇼핑몰 규제는 이들의 소비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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