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건축되면 압구정·여의도 50억 간다"…재건축 기대감에 호가 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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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김재환 기자
입력 2020-07-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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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북도 전세 10억원인데 잠실, 압구정이 이 가격이면 싸"

  • 재건축 기대감에 주요 단지 기대감 쑥...매물 싹 들어아고 호가 수억 올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사진=저작권자/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기약 없던 여의도 이슈가 다시 나오니까 집주인들은 일단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깁니다. 관심 있던 매수자들이 더 오르기 전에 '막차'를 타려고 몰리니 매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여의도 화랑공인 대표)

"잠실이 강남을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면서 여기는 다시 들뜬 분위기죠. 올 연말까지 잠실은 평당 1억5000만원, 반포는 평당 2억원까지 갈 거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잠실 B공인 대표)

주택 공급 대책 일환으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규제 완화 가능성이 커지자 강남·여의도·잠실 집값 상승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로 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이 순차적으로 수립된다면 여의도·강남·잠실 아파트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재건축 규제 완화가 거꾸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정부가 발표할 주택공급방안에 서울시가 강남·여의도·잠실 등 주요 지역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사업추진이 중단됐던 지역 재건축 단지들의 실거래, 호가가 수억원 오르는 등 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매물은 최근 호가가 23억원까지 올랐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 포화를 맞으면서 전용 76㎡가 18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재건축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불면서 이달 초부터 한 주 단위로 가격이 1억원씩 급등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시그널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오름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면서 "특히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매물 부족이 심화돼 매수세가 붙으면 가격 오름폭이 더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압구정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압구정동 재건축 아파트는 교통, 학군, 생활편의시설, 풍수지리 적으로 뛰어나 재건축 투자가치가 가장 높을 것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108㎥는 지난 5월 23억7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현재 호가가 27억원대로 2개월 만에 4억원 가까이 올랐다. 압구정 한양1차 78㎡ 매물도 지난달 23억원에 실거래되면서 전고가(22억5000만원)를 경신했다.

잠실 주공5단지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잠실주공5단지는 전용 76㎡는 지난 6월 20억83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재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가 21억~22억원으로 올랐다. 잠실J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요 단지 호가가 최근 7000만~1억원 정도 오른 상황"이라면서 "강북도 전세가 10억원인데 잠실 재건축 아파트가 이 가격이라면 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축만으로도 가격 상승장이 가능했는데 재건축도 합세하면 앞으로 반포는 50억원, 잠실도 30억원 아파트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60㎡는 지난달 초만 해도 10억원대 후반에 거래됐지만 이달 17일에는 13억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시세가 한달 만에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여의도 광장아파트 전용 116㎡ 역시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여의도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국토부에서 한다는 얘기도 안 했는데, 서울시에서 재건축을 허용하자는 건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가자마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2000만원씩 올리고 있다"면서 "공공 재건축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게 뭔지 잘 모르더라도 일단 이슈가 되고 있으니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생각에 보류로 돌아섰고, 호가만 올라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은 그동안 주요 단지의 재건축을 반대하던 서울시의 기류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우려해 강남·잠실 등의 재건축을 불허해 왔는데, 그의 유고와 함께 정부의 주택공급 압박으로 서울시가 그동안 불문율처럼 여기던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와 서울시가 고려 중인 태릉골프장 부지 활용, 역세권 고밀개발, 청년·공공주택공급 등의 카드는 공급효과가 한정적인 반면 압구정·반포·여의도·잠실 등에 즐비한 아파트 재건축은 원하는 입지에, 장기적인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다.

특히 이들 단지는 대부분 1970년대 지어져 낡고 노후해 도시 재정비 차원에서라도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용적률도 100%대 중반이라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300%대로 높인다면 현재 공급된 가구수의 최대 2배까지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연한이 다 된 서울 203개 단지(15만 가구)의 재건축이 순차적으로 완성되면 추가로 10만 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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