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한동훈 대화록’...공모 증거되나,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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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7-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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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증은 차고 넘쳐...채널A의 사전인지 정황도

  • 그럼에도 유죄의 증거로는 모자란다는 견해 우세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의 대화 녹취록을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녹취록만으로는 '강요'나 '협박성 취재'를 공모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두고, 반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녹취록에 공모 정황이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동재 기자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법원 역시 공모 정황을 인정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 전 기자가 “제가 사실 교도소(=이철 대표)에 편지도 썼거든요”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당시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한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며 취재상황을 설명하자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맞장구 친다. 

이를 두고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취재를 격려하는 취지'라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 역시 비슷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모 정황 충분'... 만만찮은 반론
하지만 반론이 만만찮다.

어떤 경우든 대화의 전체를 종합적으로 보아 취지와 목적을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게 보면 대화의 성격은 기자가 취재를 하는 모습이라기보다 어떤 일의 진행상황을 보고 혹은 설명하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에게 '아이템'을 제공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등장한다. 두 사람이 신라젠 수사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던 상황이었다.


한동훈 : 신라젠은 법무부에서 화들짝 놀랐다는데. 왜 놀라냐 도대체. 왜 놀라야 되는 거야. 자기도 관련 없다며. 정치사건 아니잖아 그럼.

이동재 : 서민 민생 사건이잖아요.
한동훈 : 그렇지. 왜냐하면 신라젠에 사람 투입했다는 말만으로 9%가 하루에 빠지지? 그럼 그건 작주야. 작전주야 이거는.
이동재 : 사실 그래 가지고···그때 말씀하셨던 것도 있고 해서, 회사에 함 올려봤어요. 이제 법무부 견제하려고 하고··· 법무부쪽에서 이거에 대해서 좀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하면서, 약간···좀···이게··· 니가 그거 쟤네 플레이에 니가 바보 같아 질 수 있다···이러면서, 말로는 그렇게 하는데···

한동훈 : 쟤네 플레이 못 해


그러자 이 기자는 '이철의 주거지와 가족, 배우자를 뒤지고 있다'면서 취재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그 설명은 한 검사장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말을 자를 때까지 계속된다. 

이를 전반적으로 살피면 두 사람 간의 대화가 단순한 설명과 그에 대한 격려·덕담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오히려 이 기자 등이 한 검사장에게 어떤 정보나 제안을 받은 것이 있었고, 이를 회사(채널A)에 보고했는데 회사의 반응이 시원치 않아 진행이 곤란해졌다는 일종의 상황보고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또, '저쪽이 플레이를 하면 바보가 될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우려를 전하는 대목에서 한 검사장이 "재네 플레이 못해"라고 단언하는 것도 "저쪽 플레이 같은 것을 할 걱정은 할 필요없으니 즉각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부분은 경우에 따라 채널A가 한동훈-이동재의 유착과 공모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는 증언으로 볼 여지도 있다. 
 
채널A 진상보고서에 등장하는 공모정황
앞서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실시한 ‘신라젠 사건 취재 과정 진상조사 보고서’에도 이 전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신라젠 사건에 대해 보고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났다.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철씨 측 대리인 지씨는 지난 3월 6일과 19일 두 차례 취재를 거절했다. 이 두 번의 거절에서 한 검사장이 모두 등장한다.

3월 6일 취재 거절을 당하고 나흘 뒤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과 통화했다면서 후배 기자에게 전화를 한다. 이어 “한 검사장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서 취재하라고 했다”며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해서 녹음은 안 됐지만 변조를 해서 들려주자”고 말한다.

이 전 기자는 지씨와 3월 13일에 만나 검찰관계자와의 녹취록을 읽어줬다. 다만 이 전기자는 지씨에게 읽어준 녹취록은 자신의 창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3월 19일 지씨가 다시 취재 거부 의사를 다시 밝히자, 다음날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전화를 건 뒤 해당 통화내역을 녹음했다. 이어 지씨에게는 “한 번 더 보자” “진전된 사항 있다”라는 문자를 보낸 뒤 22일 만났다. 이 전 기자는 지씨와 만나 해당 녹취를 7초간 들려줬다고 진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3월 18일 지씨와 통화하고 약 1시간 뒤 한 검사장과 통화했으며 19일 지씨에게 취재 거절당한 뒤 20일에도 한 검사장과 통화했다. 또한 22일 지씨와 만나고 6시간 뒤 한 검사장과 통화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해당 녹취록도 공모의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뚜렷해진다는 견해가 법조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탄탄해지는 심증... 유죄증거 될지는 의문
한편에서는 이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에 오간 통화와 이철 대표 측을 만난 시점 등 주변의 객관적 사실들을 '타임테이블' 양식으로 시간흐름에 따라 나열해 보면 공모정황은 더욱 뚜렷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여전히 유죄의 증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황상 공모를 의심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무죄일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유죄가 되려면 이에 더해 추가증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 수사팀은 “증거자료 내용을 미리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수사 및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라며 “범죄 혐의 유무는 특정 녹취록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보됐거나 앞으로 수집될 다양한 증거자료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동훈 검사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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