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집값과 윤석열 지지율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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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증권부 부장
입력 2020-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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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증권부장, 사진=아주경제DB]

“정부가 잡으려 할수록 오르는 것이 윤석열 지지율과 집값이다.”
요즘 직장인들의 술자리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22차례 나온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오름세에 불을 지피는 상황에 실망하며, 정부가 압박할수록 보수의 대표 주자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상황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과 국민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과 정치를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검찰개혁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와 검찰총장과의 대립이 길어질수록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특히,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검찰총장의 퇴진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비치면서 지지율은 더욱 탄력 받는 모양새다. 한 검사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려고 한 채널A 기자와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윤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는 지난 20일 14.3%로 야권의 대표 대선주자로 꾸준히 지지를 받으며 떠오르고 있다.
여권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자 함구령까지 내리며 단속에 나서기도 했지만, 오히려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윤 총장 지지율을 잡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인 검찰개혁의 총대를 멨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부정입학 논란과 국민 상실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도 윤 총장 지지율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잡고 싶어 하지만 잡지 못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오랜 부동산 전쟁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기세로 오르는 집값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울 소재 34개 대규모 아파트 단지 8만여 가구의 아파트값 시세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25평 아파트값의 상승액은 4억5000만원으로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이 올랐다. KB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52% 상승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기간의 상승률인 26%의 2배 수준이다.
정부는 대출을 막고 규제 지역을 확대해 양도세와 종부세를 두 배 이상 인상하는 등 부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다주택 보유를 힘들게 해 공급에 숨통을 틔워주는 집값 안정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세금부담에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집값이 급등하자 부자들의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은 오히려 서민들과 청년들로 하여금 내 집 마련이라는 꿈과 희망을 포기하게 만드는 꼴이 돼 버렸다. 정부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규제 이후 집값이 상승하는 패턴이 형성되자 뒤늦게 서민과 청년들도 내 집 마련에 뛰어들고 있지만, 묶어놓은 대출 규제 때문에 국민의 절망과 상실감은 극에 달한 모양새다.
더욱이 정부 주요 참모들과 고위공무원들마저 이런 정책 방향을 따르지 않고 부동산을 투자자산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 또한 커지고 있다.
결국,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없는 서민들은 더욱더 가지지 못하는 결말이 예상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 배신감, 절망, 분노, 원성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일부 여권에서도 정권 말기 참여정부의 실패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주거 안정을 통해 국민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줘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 또한, 살아있는 정권에 기생하며 권력을 놓치지 않았던, 시대의 변화 마저 거부하던 검찰 조직이 다시 정권을 좌지우지하지 못 하게 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더 이상 누더기식 대책과 변명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 읍참마속의 자세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부동산 규제는 시장과의 심리전이라고도 말한다. 부동산 정책이 불신의 늪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하게 된다. 정책 실패를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정책 방향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면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윤 총장 지지율 해프닝 역시 여권 잠룡들의 잇따른 악재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이 함구령까지 내리면서 예민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민심 이반의 원인을 내부에서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정부나 여당으로서도 빨리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승산이 보이지 않으면 싸움을 멈추고 물러서 상황을 살피며 승리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빠르게 승리하라.”, “승산이 보이지 않으면 싸우지 마라.”, “전장의 변화에 대응하라.”
손자병법 작전편, 시계편, 구변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적을 살피고 최대한 빠르게 제압하는 것이 효과적인 승리의 방법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과 민심처럼 변화무쌍한 상대에 대해서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가 다시 되새겨야 할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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