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SH본사 터에 주택공급?…"아파트 못짓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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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7-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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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사 이전·지구단위계획·고밀개발 불가 등 문제 산적

  • 공급량 산출 잘못돼…최대치 뽑아도 280가구에 불과

  • 공인중개사들 "카더라 식 불확실한 정보에 시장혼란"

서울 추가 주택공급지 후보 중 하나로 개포동에 있는 SH 본사가 일각에서 거론됐지만, 이곳은 애초에 아파트를 짓기에 부적합한 땅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 이전 자체가 성사될지 불투명한 데다 현재 수립된 지구단위계획을 바꾸고 용도를 상업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하향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산재해 있어서다. 상업지구지만 주거용도 건축이 불가능해 주상복합도 지을 수 없다. 

22일 서울시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서울도시주택공사(SH) 본사 이전 후 주택공급 가능성에 관해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SH 본사가 이전된 후 현재 수립돼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어려울뿐더러 실익도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SH본사가 있는 개포동 14-5 일대는 상업지역이다.

상업지역이지만, 현재 용도상 주상복합 포함 주거용도의 건축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구단위계획지역 용도변경은 지자체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도시건축위원회 심의까지 필요한 사항이다.

만약 주상복합 건축을 허용해도 고도제한이 있다. 현재 90m로 설정돼 있는데, 서울시는 주상복합을 20여층 정도로 짓는다면 사업성이 낮아 지구단위계획 변경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위치상 대치택지개발지구에서 5개 필지밖에 없는 상업지역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에 주거용도 건축물을 용적률 최대치까지 고밀도로 올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치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상 용도지역 결정도. 파란색 네모가 현 SH 본사 부지.[자료 = 서울시]


서울시 관계자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상업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하향할 경우 땅값이 크게 떨어지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부지가 작아서 집을 짓기에 적합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만에 하나 35층으로 올린다면 아파트 2개동이 빼죽 솟아 주변 지역을 가리고 도시 미관상 문제가 있을 듯하다"고 부연했다.

한 대형건설사에 의뢰한 결과, 강남구 개포동 14-5 일대 SH 본사 부지 9000㎡에서 나오는 공급량 최대치는 아파트 2개동 280가구다. 

이는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으로 용적률을 300%까지 활용하고 아파트를 35층까지 올려 층당 4가구를 배치했을 때 나오는 계산이다.

SH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변 우체국에다 성당까지 모두 포함해 면적을 더한 후 공급량을 산출했지만, 이는 맞지 않는다"며 "본사 부지는 9000㎡"라고 말했다. 

애초에 SH 본사 이전이라는 전제조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관련 문제로 노사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SH 관계자는 "2024년까지 중랑구 신내동 318 일대로 이전하는 계획이 지난해 9월 확정됐지만, 아직 신내동 부지의 용도변경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새 청사가 지어질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는 SH 본사 이전에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현재 노조 측에서 반대 의사를 내고 있다"며 "직원들조차 부지 아래에 대청역이 지나가는데 지하주차장은 어떻게 파냐며 아파트를 짓는 것에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카더라 식'의 불확실한 정보로 인해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청역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지역을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이면 SH 본사 위치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확실하지도 않은 개발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주변의 세택(SETEC)이나 SH나 멀쩡히 쓰고 있는 땅이고 만약 개발된다 해도 10년은 걸릴 일인데, '유휴지'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후 주목받고 있는 태릉골프장 부지에 관해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린벨트를 보존하겠다면서 그린벨트인 곳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김수나 2020도시공원일몰대응시민행동 활동가는 "조금만 파악하면 말이 안 되는 거짓말을 정부가 하고 있다"며 "태릉골프장은 3등급 그린벨트여도 수목이 조성된 지 40년 가까이 된 지역"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하기로 했다"며 "국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재 태릉골프장 맞은편 경춘선 갈매역 인근 신축 아파트값은 직전 최고가 대비 1억~2억원 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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