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미국이 아닌 한국의 시각으로 중국 다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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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입력 2020-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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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화웨이 케이스로 본 미·중 전쟁의 맨 얼굴

미국과 중국이 2018년부터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그 사이 수많은 말폭탄과 관세폭탄이 터졌지만 죽은 자는 없었다. 미국이 선공으로 무역전쟁에서 보복관세를 퍼부었지만 무역대국 중국의 숨통을 끊어 놓지는 못했다. 2019년 중국의 대미 흑자는 270억 달러 줄었지만 중국 전체의 무역흑자는 670억 달러나 늘었다. 미국 이외 지역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확실한 우위라고 여겨지는 기술전쟁에서도 결과를 보면 미국의 완승, 중국의 완패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은 5G통신장비업계 세계 1위이고, 중국 1위의 전자업체인 화웨이의 CFO를 캐나다공항에서 구속하는 것을 시작으로 화웨이에 대해 장비 구매금지, 미국산 반도체 공급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론상 이런 정도의 강한 조치면 세계 통신장비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은 퇴출되거나 점유율이 폭락해야 한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세계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여전히 화웨이였다. 그리고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의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섰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면 화웨이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당연히 치명적 타격을 받았어야 정상인데, 2019년 화웨이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이 큰소리는 펑펑 쳤지만 결과를 보면 미국의 큰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내에 통신장비업체가 없는 미국은 화웨이산 장비 구매금지에 대해 90일 유예조치를 여섯 번이나 연장했다. 화웨이 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산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써서 만든 반도체의 화웨이 공급을 금지하는 조치를 했지만 이것도 당장 미국 장비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의 타격을 고려해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공격하면 공격한 자가 당한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소재 공격 얘기다. 결과적으로 시장을 가진 한국의 각성을 불러 일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만 떨어뜨렸다. 한국기업의 국산화와 기술개발 의욕을 불질렀고 결국 싸움을 건 일본의 피해로 귀착되었다.
미국의 대(對)화웨이 제재는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오랫동안 잘 준비된 정교하고 강한 공격이 아니라, 대선에 필요한 표심 잡기의 한 방안으로 대충 찔러 보는 식인 트럼프의 공격은 치명상을 입히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의 경각심만 높였다. 오히려 중국의 기술 국산화 의지만 불태우게 만들고 있는 것이 미국의 대중 기술전쟁의 적나라한 맨얼굴이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전쟁도 지금처럼 어설프게, 숨통을 끊어 놓지도 못하면서 이리저리 쑤셔대기만 하면 중국의 국산화와 기술개발 의욕에 불지르고 결국 국산 대체로 미국기업의 점유율만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데 답이 있다.

미국의 탈(脫)중국화와 한국의 입장은 근본적으로 달라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을 중심으로 제품공급망의 탈(脫)중국화 주장이 넘쳐난다. 한국도 이들 주장을 그대로 여과 없이 생중계하는 바람에 중국에서 전 세계 기업의 대탈출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탈중국화의 논리는 코로나 같은 전염병으로 공급망이 중단되면 완제품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를 안정화시킨 기간을 보면 우리 한국이 최단시간 15일이고 중국이 25일로, 1등이 한국이고 2등이 중국이다. 코로나19의 상황을 보면 유럽과 미국은 아직도 혼돈 상태이고, 중남미·아프리카는 확산기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논리라면 탈중국화가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은 모두 공장을 빼서 한국과 중국으로 가는 것이 맞는다.

미국의 탈중국화와 한국의 탈중국화는 다르게 봐야 한다. 미국의 탈중국화는 첨단기술과 안보 관련 기술의 탈중국화이지 한국과 같은 전통산업의 탈중국화가 아니다. 그리고 한번 집 나간 전통제조업은 중국에서 퇴출해도 다시 한국으로 못 온다. 한국에서 법인세, 인건비, 물류, 서플라이체인 문제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전통제조업이 한국으로 리쇼어링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중국의 1인당 소득 1만 달러대 인건비를 감당 못해 중국에서 문 닫고 인건비가 더 싼 베트남, 인도로 가는 것을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탈중국화로 치부하면 안 된다. 지금 한국의 기업환경을 보면 중국진출 기업의 한국 리쇼어링이 아니라 미래산업을 해외로 도망가지 않게 잡아두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한국, 탈중국화보다도 '진(進)중국화' 서둘러야

한국은 3개월 안에 결판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와 말폭탄의 연장선 상에서 중국을 보거나 전통제조업의 관점에서 중국을 보지 말고 한국의 관점에서 좀 냉정하게 중국과 중국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미·중의 갈등은 길게 이어질 판이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가 배경인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중의 전쟁은 무역전쟁에서 본격적으로 기술전쟁과 금융전쟁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선택은, 수출은 포기하고 내수 확대와 방어에 올인하고 기술 대체와 국산화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중국의 내수 확대와 기술 대체로의 스탠스 변화는 우리 한국에는 위험보다 기회요인이 많다.

우리가 안 해도 커지는 중국시장에 누가 진출해도 한다. 인건비를 못 견디는 전통제조업은 인건비가 더 싼 베트남·인도로 공장을 빼야 하지만, 우리가 아직 우위에 있는 뷰티·헬스케어·테크 등의 분야에서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하고 빨리 진(進)중국화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장과 코로나19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변하고, 개발하고, 혁신하는 나라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방역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5G,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완벽하게 테스트한 나라이다. 지금 세계 최고의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미국이 아닌 중국에 세계 최대의 공장을 짓는 상황이다.

한국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과도한 중국 위기론에 휩싸이기보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커진 자동차 시장, 휴대폰 시장, 럭셔리 시장으로 중국을 바라보며 진(進))중국화할 분야를 선별하고, 빨리 기업을 내보내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을 시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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