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추미애·윤석열 싸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김낭기 논설고문입력 : 2020-07-16 13:20
·장관은 총장 지휘권 박탈, 총장은 이의 제기도 못해 ·이대로 가면 검찰총장은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할 것 ·지휘권 범위와 절차, 총장의 이의제기권 명확히 해야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은 법무부와 검찰을 넘어 범조계, 학계,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켰다. 그 근본적 이유는 현 정권이 윤 총장을 못마땅해 하고 견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도 논란을 키운 중요 요인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문제들은 장관이 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지휘가 가능한지, 장관의 총장 지휘 절차는 어떠해야 하는지, 검총총장은 장관의 지휘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지 등이었다.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에 관해 원론적 규정만 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다. 따라서 앞으로 이번과 같은 갈등과 논란을 피하려면 지휘의 룰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명확히 해야 할 내용은 세 가지다. 장관의 총장 지휘 대상 또는 범위, 지휘권 행사 절차, 검찰총장의 이의 제기권 여부다.

◆추 장관, 윤 총장에게 "채널A기자 사건 수사 손 떼라"

수사 지휘의 범위 또는 대상부터 살펴보자. 검찰청법에 나와 있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 관련 조항은 딱 하나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제8조)는 조항이다. 추 장관은 이 조항 중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윤 총장에게 채널 A기자 사건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지난 7월 2일 지휘했다.

그러자 대검이 개최한 검사장 회의에서 검사장들은 '총장의 수사 지휘권 박탈'은 위법 부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사장들은 "장관이 총장의 직무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을 지시하는 것은 총장의 신분과 직무 수행을 보장하는 검찰청법 12조에 위배된다"고 했다. 검찰청법 12조는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론이 나왔다. 비판론의 핵심은 검찰총장이 검찰사무의 총괄 지휘 감독자라는 제12조 규정을 고려할 때 총장에 대한 장관의 수사 지휘권은 수사 방법 및 방향, 구속이나 기소 여부 같은 신병 처리에 관한 지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 장관의 수사 지휘는 총장에게 일선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아예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12조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제8조의 장관 지휘권 규정은 구체적 사건(의 처리 방향)에 관한 지휘뿐 아니라 총장의 지휘 배제를 포함하는 취지의 포괄적인 감독 권한도 장관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장관 지휘도 법 위반이 아님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렇게 ‘’분명하다’면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서 위법 부당 여부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논란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법무부 해석과는 달리 ‘총장의 지휘권 박탈도 장관의 지휘 감독권에 포함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증거다.

한명숙 전 총리 관련 검사의 위증 회유 의혹 사건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서 하라는 추 장관 지휘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졌다. 장관이 사건 배당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것 역시 수사 지휘권 범위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단순한 진정 사건에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장관의 총장 지휘 범위나 대상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중대 사건에 한정할지 또는 진정 사건 등 모든 사건에 적용할지, 구속이나 기소 여부 등 사건 처리 방향에 국한할지 또는 사건 배당이나 총장 지휘권의 배제까지 포함할지 등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장관이 모든 사건에 개입하고 나아가 총장 지휘권을 박탈할 수 있다면 검찰총장은 있으나마나다.  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 이래서는 검찰의 중립성 확보는 불가능하다.

◆'수사 지휘' 여부 혼선 일으키고도 '지시 절반 잘라 먹었다' 비난 

두번째로 장관의 지휘권 행사 절차 문제다. 추 장관은 채널A기자 사건 수사 지휘를 할 때는 공식 수사 지휘 문서를 윤 총장에게 보냈다. 그 문서는 ‘수사 지휘’라는 이름 아래 ‘수신, 검찰총장’, ‘제목, 채널A 관련 강요 미수 사건 지휘’라고 돼 있었다. 본문에는 ‘검찰청법 제8조 규정에 의거해 다음과 같이 지휘함’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누가 봐도 장관의 총장 지휘 문서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난 6월 18일 대검에 보낸 한명숙 전 총리 관련 검사의 위증 회유 의혹 사건 공문은 그렇지 않았다.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 문서인지, 검찰에 대한 일반적 지시 공문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6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 공문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가 필요한 바, 대검 감찰부에서 위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받아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의 위법 등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공문은 ' 사건에 대한 지휘'라는 단어도 쓰지 않았고 ‘검찰청법 8조’를 적시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수신자로 ‘검찰총장’과 ‘감찰3과장’이 함께 기재돼 있었다. 법무부 설명대로라면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총장뿐 아니라 일반 검사인 대검 과장에게까지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에 어긋난다.

이 때문에 이 지시가 장관의 총장에 대한 지휘권 행사인지를 두고 한때 혼선이 생겼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6월 19일 아침까지만 해도 이 문서가 ‘장관의 총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 지휘권’ 발동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다 수사 지휘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자 그날 오후부터 “어제(18일) 지시는 장관의 총장 지휘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8조가 근거"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인 수사 지휘라는 말이다.

법무부는 한 전 총리 수사 검사로부터 위증 회유를 당했다는 사람의 진정서를 지난 4월 접수해 대검 감찰부로 내려보냈는데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6월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한 전 총리 관련 진정 사건을 감찰부가 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일 대검에 문제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이에 윤 총장은 한발 물러나 대검 인권부와 감찰부가 협력해서 조사하되 인권부가 지휘하라고 했다. 이 공문이 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가 아니라 검찰에 대한 일반적 지시라고 인식해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지휘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은 법무부가 혼선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6월 25일 “검찰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말 안듣는 검찰총장” “지휘랍시고”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 가며 윤 총장을 비난했다. 윤 총장이 자기 지시대로 감찰부에 전담시키지 않고 감찰부와 인권부가 함께 조사하고 인권부가 지휘하라고 한 것을 두고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고 한 것이다.

 추 장관은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난 뒤 채널A기자 사건과 관련해선 ‘수사 지휘’라는 명확한 문서를 보냈다. 앞서의 혼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2013년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 지휘권을 없앴다. 원래 지휘 범위도 증거가 명확한 경우 반드시 기소하라는 ‘기소 명령권’뿐이었는데 이마저 없앤 것이다. 지휘권이 있던 시절에도 장관이 지휘할 때는 반드시 문서로 하고, 그 근거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장관이 총장에게 언제 무슨 지휘를 했는지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장관의 총장 지휘 때는 프랑스처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장관의 지휘가 적절했는지 사후 평가할 수 있고 부적절한 지휘를 통제할 수 있다.

◆"위법·부당한 지시 거부는 항명 아닌 의무"

세번째 문제는 검찰총장의 이의 제기권 문제다. 채널A기자 사건과 관련한 추 장관의 수사 지휘에 대해 검사장들은 총장 지휘권 제한은 위법 부당하다며 법무부에 재지휘를 요청하자고 했다. 그러자 검찰총장이 장관 지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검찰청법 제7조 ①항은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른다’, ②항은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①항의 지휘 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관과 총장의 관계에 대해선 이런 명시적 규정이 없다. 그래서 총장이 장관 지휘 감독에 따라야 하는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조국 전 장관은 "검사는 총장 포함 소속 상관에게 '이의제기권'이 있지만, 총장은 장관에게 이의 제기권이 없다"고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검사의 이의 제기권은 내부 권력으로부터 검사의 독립 달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법무부와 검찰 사이 관계에서는 이의 제기권 관련 조항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의 제기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도 위헌·위법한 지시에는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이의 제기 규정이 없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이런 발상이 파쇼"라고 했다. 지청장 출신 이완규 변호사도 "장관 지휘가 부적절하면 검찰총장이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시 관련해서 총장에게 지시를 하면 총장이 들어야 되느냐, 안 들어야 되느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지휘 또는 지시가 정당하면 따라야 하고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총장 발언은 당시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도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조국 전 장관도 과거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라고 했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계기로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필요할 때마다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제동을 거는 일이 일상화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총장이 그냥 따르면 검찰총장은 허수아비 신세가  되고, 검찰은 권력의 시녀로 돌아가고 만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장관 지휘에 대해 검찰총장의 이의 제기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장관의 총장 지휘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없는 게 큰 이유였다. 그런데도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러면 검찰도, 나라도 발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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