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탈북민단체, 법인 취소 '코앞'…남북 연락채널 복구는 '깜깜'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7-14 15:50
통일부 "'박상학 형제' 탈북민단체 이르면 이번 주 법인 설립 취소" 15일까지 추가 서면 의견서 미제출 시 통일부 등록 단체에서 제외

대북전단과 물자 등을 살포해온 탈북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6월 30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계 별관에 오후 조사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대북 전단·물자 살포 수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9시 20분부터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의 피의자로 박 대표를 불러 조사 중이다.[사진=연합뉴스]


대북전단 살포 행위로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남북 관계 위기를 조성했다는 지적을 받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이 이르면 이번 주 비영리법인 취소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상학 형제가 운영하는 탈북민단체들에 대한 법인 설립허가를 이르면 이번 주에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청문 결과와 법인이 제출한 자료, 증거 등 제반 서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분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지난달 29일 두 단체에 관한 법인 설립 취소처분 관련 청문을 한 바 있다. 당시 동생인 박정오 큰샘 대표는 청문에 참석했고, 형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국자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관련 법령에 따라 청문 절차를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일부는 단체 측 의견을 더 청취한다는 차원에서 서면 의견 제출 기회를 자유북한운동연합 측에 부여했고, 의견 제출 기한을 15일까지로 통보했다.

현재까지 박상학 대표가 통일부 측에 의견 제출 의사를 밝힌 것은 없다. 박상학·박정오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소속 이헌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15일에 어떤 자료를 제출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상학 대표가 15일까지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통일부는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에 의견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한 취소 처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국자는 “취소 처분 일자가 언제인지는 지금 단계에서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 단체의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 통일부 등록 단체로서의 각종 혜택도 사라지게 된다.

당국자는 법인 취소 후 단체가 받는 불이익에 대해 “주로 공신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하나 있다. 등록단체에서 개인으로 되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공개적으로 모금 행위가 제한된다. 법적으로 모금이 완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모금) 금액이 1000만원 이하로 한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통일부) 등록단체가 누리는 소소한 이익들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소소한 불이익으로 대북 살포 행위를 저지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취소 처분으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기보다는 ‘불법행위’를 하는 단체를 통일부 등록 공식 단체에서 배제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6월 22일 밤 경기 파주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이 23일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 떨어져 있다. 발견된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은 2∼3m 크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사진=연합뉴스]


통일부는 박상학 대표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한국 정부가 대북 활동가를 방해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충족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국자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은 남북 간 긴장을 유발하지 않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가 ‘불법행위’이고, 중단돼야 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재차 언급했다.

정부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물품 살포 행위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재산권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로 중단돼야 한다며 관련 행위에 대한 엄정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자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진행 상황에 대해 “아직 안을 검토 중인 단계로 알고 있다”면서 “통일부에서 검토할지 당에서 검토할지 명확한 답변은 어렵다”고 했다.
 

지난 6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개성공단 내 폭파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지원센터 청사(아래 사진)가 부서져 있다. 2019년 5월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두 건물(위 사진)을 보면 폭파의 규모를 알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북한이 문제 제기한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북전단 살포’를 계기로 끊어진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 시점은 가늠조차 못 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완전히 차단된 남북 간 통신연락선 복구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상태다. 또 지난달 16일 폭파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손해배상 청구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사무소가 북한에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방안 찾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탈북민단체 법인 설립 취소처분과 관련 “전단살포는 (북한 입장에서) 하나의 명분”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증대시키겠다는 북한의 많은 계획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어떻게 한다고 북한이 변화할 것 같지 않다. 언제든지 (한반도) 긴장을 유도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북한이 이번 연말까지 미국 대선을 보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그때까지) 남북 관계를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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