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국립항공박물관 최정호 관장 "항공 위상에 걸맞은 공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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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0-07-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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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 비행학교 개교 100주년 맞춰 7월5일 개관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이 실물 크기로 복원한 안창남 선생의 '금강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에게 항공은 하늘을 나는 것, 그 이상의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항공은 구국, 호국, 부국, 강국의 과정 그 자체입니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은 최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은 우리의 희망이자 꿈"이라며 "우리 민족이 시련의 순간에도 가장 높고 큰 꿈을 꾼 덕분에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고 이같이 말했다.
 
한인 비행학교 개교 100주년 맞춰 개관··· 항공독립운동 계승

100년 전인 1920년 7월 5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윌로스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최초의 한인 비행학교 '윌로스 비행학교'가 개교한 날이다. 이곳에서 어렵게 비행 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이 독립운동과 6·25전쟁에 참여해 활약했다.

박물관은 이날을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가 시작된 날로 보고 개관일로 정했다.

항공독립운동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100년 만에 항공강국으로 성장했지만, 그동안 항공역사의 정립과 항공산업과 문화의 연계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정호 관장은 "100년 전부터 이어져온 우리나라 항공 역사를 되새기기 위해 7월 5일을 개관일로 정했다"며 "항공운송 세계 6위, 항공기 제작 세계 12위라는 위상에 걸맞게 문화진흥과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는 끝났지만 당분간 일반인 관람객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박물관 휴관도 무기한 연장됐기 때문이다.

7여년간의 준비 끝에 문을 연 박물관에 관람객을 맞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최 관장은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당분간 박물관은 온라인 및 소규모로 제공된다"며 "유튜브를 활용한 영상도 제작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항공의 역사와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체험 위주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소장유물 7000여점··· 체험공간 비중 40% 달해

우리나라의 첫 국립항공박물관인 만큼 박물관 측에서도 전시품 확보에 공을 들였다. 총 소장유물 6919점 중 5265점을 발로 뛰며 구입했다. 1524점은 기증 받았고 나머지 130점은 복원했다. 이 유물을 바탕으로 1~3층은 항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단연 눈에 띄는 전시물은 실물 크기로 복원한 안창남 선생의 '금강호'다.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안창남 선생이 여의도 상공을 자유롭게 비행하던 모습은 조국을 빼앗긴 조선인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최 관장은 "그동안 항공의 역사와 현재를 개인이 아닌, 국가적으로 제대로 연구한 곳이 없었다"며 "항공 분야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관련된 유물을 수집하는 것을 주어진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역사성 있는 각종 자료와 항공기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립항공박물관의 진면목은 체험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 이 공간은 박물관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승무원들이 실제로 받는 안전훈련 체험은 물론, 직접 항공기 조종도 가능하다. 가상의 인천공항 관제실에서 공항 운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그는 "한국 항공의 역사와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체험 위주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박물관은 유물의 수집·보존·전시·교육의 개념이 기본적이지만 항공박물관은 항공산업의 특성상 미래지향산업인 만큼 관람객 모두가 꿈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국립항공박물관 제공]

연 방문객 150만명 목표··· 지역주민 부담 없이 방문하길

국립항공박물관은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김포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해 있다.

그는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전까지 대표 민간공항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데다가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게 됐다"면서 "인천국제공항이 여객·화물 분야에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인 만큼 인천국제공항에도 관련 유물을 전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해 외국인 환승객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항공박물관을 방문하는 방안 등을 함께 고려 중이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일차원적인 박물관의 개념을 탈피해 종합전시관,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이를 통해 연 150만명이 방문하는 박물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최 관장은 "교육을 목적으로 마음 먹고 오는 곳이 아니라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러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며 "e-뮤지엄을 함께 활용해 온·오프라인에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항공 산업의 활성화와 미래 인재 양성에도 집중한다. 그는 "항공업계가 필요로 하는 박물관이 돼야 항공과의 연계성 속에서 서로 발전할 수 있다"며 "초대 관장으로 박물관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착실하게 쌓아놓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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