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K텔레콤의 011, 그때 그 시절 모두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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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플래티어 마케팅팀장
입력 2020-07-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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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2G 종료 신청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011 서비스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질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 온 국민의 브랜드였던 통신 서비스가 사라진다니, 새삼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 5G 시대가 도래한 마당이니 2G 서비스 종료는 예상된 결과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의 1990년대 말~2000년대의 삶을 좌우했다는 점에서 011이 사라진다는 건 어쨌든 슬프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SK텔레콤의 카피다. 지금 시대에도 ‘매너 있는 모바일 사용문화’를 장려하는 캠페인으로 활용해도 손색없는 정도로 시대를 초월한 명품이다. 2000년대 초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 광고 카피 이후,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며 이동통신 서비스의 절대 강자가 됐다. ‘리더’, ‘압도적 선두’, ‘넘사벽’, ‘세련됨’, ‘최고’, ‘신뢰감’, ‘젊음(TTL)’ 등 온갖 긍정적인 이미지는 011의 브랜드 자산이었으며, 011로 시작되는 번호는 그 자체로 프리미엄이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건 1990년대 말부터다. 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5개 번호(011·016·017·018·019)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연일 가입자 전쟁을 키웠다. 광고시장과 방송시장 또한 이 시기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통사 서비스 광고 출연은 스타의 인기 척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 흐름에서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가져온 것이 SK텔레콤 011과 배우 ‘한석규’의 만남이다. 한석규가 합류한 2000년대 이후 011은 통화 품질과 브랜드 무형자산을 빠르게 구축하며 독보적 경쟁우위를 확보했다.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도 전혀 장벽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때문에 ‘011 번호’는 더욱 갖고 싶고, 가져야만 하는 ‘잇(it)’ 브랜드로 통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충성도도 남달랐다. 011은 사용자들에게는 자부심을, 비사용자들에게는 선망의 번호였다. 타 서비스 유저였던 필자 또한 당시 사용하던 번호(브랜드)에 대한 불편함을 못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전화가 안 터지는 날이면 으레 “011이 아니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2017년 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2G 서비스 이용자 수는 92만8000명인데 이 중 84%에 달하는 77만8000명이 011 유저들이었다. 2020년 현재에도 SK텔레콤의 2G 서비스 유저들은 약 40만명에 달한다. 기지국이 별로 없어서 품질이 낮고 통신비도 5G보다 더 비싼데도, 이들은 왜 이 번호를 유지할까. 심지어 011 유저들은 이번 과기부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소송도 준비한다고 알려졌다. 정말 대단한 팬심이 아닐 수 없다.

011은 단순히 품질·가격 등 서비스의 특징만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무엇”이었나 보다. 5G 시대가 된 2020년, 이통 3사가 비슷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SK텔레콤으로서는 “아, 옛날이여~”를 목놓아 부를 만큼 그리운 시절이지 않을까.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011 서비스는 곧 종료된다. 이제는 기억에서도 흐릿해지는 011이지만 사라진다니까 아쉽다. 정확히는 011이 대변하던 그 시절의 시간들이 생각나서 아쉽다. 적어도 30대 중후반 이상이라면, 011은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가 향유했던 진정한 ‘대중문화’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한참 전에 010으로 바꾼 나도 이런데, 현재까지의 충성고객들 심정은 오죽하랴. 이렇게 2000년대를 풍미한 시대의 추억, 모두의 브랜드가 사라져간다.

 

[유진희 플래티어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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