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특수 청소부 김완이 죽음의 현장에서 깨달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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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0-07-1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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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유령 같은 직업이 존재한다. 일반 청소업의 거대한 범주 안에 종속된 채 숨어있는 직업이자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부도 그 중 하나다.

'특수'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수 청소부 김완 씨는 청소 과정에서 큰 소음을 내지만 의뢰인 말고는 그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고 갔는지 모른다. 마치 유령처럼 청소를 하고 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죽음 언저리에서 일을 하며 손끝으로 죽음을 느껴온 김완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영사 제공/ 특수 청소부 김완]


Q.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요?
A. 특수 청소업입니다. 사람과 동물의 죽음 현장이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일반적인 청소로는 힘들 때 저희가 가서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Q. 청소한 것들은 어디로 옮겨지나요?
A. 폐기물 중간 처리장으로 옮겨집니다. 사람이 죽고 나면 인체조직이나 혈액들이 죽음을 맞이한 현장에 남아 있어요. 그런 건 가정에서 사용하는 종량제 봉투로 버리면 2차적인 감염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포장을 해서 폐기물 처리장에 버립니다. 죽음을 맞이한 현장에서는 감염 우려도 있습니다. 저 같은 특수 청소부들은 사망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현장에 가거든요. 메르스나 코로나19 사태 때도 사망원인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감염 위험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도착하면 소독부터 먼저 하고요.

Q, 동물 사체도 치운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동물들의 사체를 처리해 달라고 하나요?
A. 사람이 사망했을 때는 119나 장의업자들이 시체를 운구하면 근처에 남아 있는 인체조직들을 치우지만 동물 사체는 저희들이 직접 치워요. 그 중에서 고양이 사체를 제일 많이 치워요. 요즘에 길고양이들이 많이 늘어났잖아요. 고양이들은 골목 구석구석에 많이 있는 편이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봉투에 있는 음식물을 먹기도 하거든요. 그런 고양이들은 노출된 만큼 생명을 잃을 가능성도 높아요. 그래서 고양이가 제일 많죠. 고래나 말, 풀장 안에 빠진 야생 멧돼지를 처리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었어요. 동물 사체를 치울 때 손에 특유의 감각이 있는데 그 느낌이 잘 안 잊혀져요.

Q. 무연고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는 누가 의뢰를 하나요?
A. 무연고 사망자는 월세로 생활하는 분들이 많아요. 월세를 미납했을 때 연락이 안 되면 주인이 그 집에 방문해요. 집 앞에서 나는 냄새를 통해 이 안에서 뭔 일이 일어났다는 걸 파악하고 119에 신고를 하면서 경찰이 오고 수습을 하죠.

Q. 청소 현장에 가면 무엇과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되나요?
A.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사람을 먼저 만나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경비실을 마주치는 경우도 있고요. 이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아는 분들은 눈빛으로 여기에서 뭔가 일어났다는 걸 알려주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 집 앞에 있는 신문이나 우유가 쌓여 있는 모습, 경제난 때문에 자살하신 분의 경우에는 체불 딱지, 전기요금이 미납됐음을 알려주는 고지서 같은 걸 제일 먼저 만나는 경우도 많죠.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Q. 현장에 가면 제일 처음 어떤 생각부터 드나요?
A.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들이 있어요. 아파트의 경우 현관문 앞에서도 냄새가 나는데, 이 안에 뭐가 있을지 상상하게 되거든요. 과거 경험을 통해 죽은 사람이 있었던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죠. 실제로 봤을 때 충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스포일러 같은 느낌이에요. 그 후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내가 상상했던 모습이 펼쳐져 있는데, 미리 마음 속에서 연상을 했기 때문에 조금은 덜 큰 충격으로 다가오죠.

Q.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 같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겪어보니 어떤 게 다르고 비슷하던가요?
A. 영화에서는 시체가 반듯하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묘사가 많이 돼요. 연출자들이 실제로 그런 장면들을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방송에 내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미화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실제적으로는 부패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고 있어서 여름철에는 바닥에 구더기가 많아요. 파리도 많이 날아다니고 유리창에는 파리똥들이 박혀 있어요. 그리고 사망하고 48시간이 지나면 인체 내부 박테리아들이 팽창해서 터지거든요. 분비물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와서 큰 핏자국들을 만들어 내는데 그런 것들이 TV에서 보는 것들과 많이 다르죠.

Q.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변사의 경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함부로 처리해서는 안됩니다. 살인에 의한 변사일수도 있기 때문에 경찰의 허가 없이 함부로 흔적들을 지우면 증거인멸에 해당되거든요. 그래서 경찰이 이 사건을 종결해서 유품을 정리하고 흔적들을 지워도 된다고 하면 저희들의 작업이 시작되죠. 남길 것과 남기지 않을 것을 유족과 상의해서 남기지 않을 것을 폐기해서 처리를 해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Q.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나요?
A. 그건 요청에 따라 다른데 보통은 재산과 연관된 것들이 많아요. 등기권리증이나 현금, 귀중품, 장신구나 사진앨범, 액자들을 남겨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사진도 종이이기 때문에 시신이 있던 자리와 가까운 곳에 있던 건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쓸 수 없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냄새가 나지만 사진액자나 깨끗한 옷 한 벌은 남겨 달라고 하는 분도 있어요. 평상시에 읽던 성경책 같은 것들을 꼭 갖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Q. 온전한 물건도 버리나요?
A. 사실은 버리지 않아도 되는데 냄새가 많이 배요. 그래서 벽지까지 다 뜯거든요. 들어간 지 10분 만에 머리카락에 냄새가 밸 정도로 냄새가 강렬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부패가 진행되고 산화되면서 바닥에 기름막 같은 게 생기는데, 그런 것들을 보호장비 없이 만지면 감염 우려가 있어서 밀봉해서 처리하고 있어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냄새로 인해 뜯어낸 벽지]



Q.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는 무엇을 찾아달라고 하나요?
A. 매번 다른데 장신구 찾아달라고 하시는 분도 많았고, 카메라 같은 걸 찾아달라고 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리고 에어컨 리모컨이나 안경, 신용카드, 노트북 충전기 같은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어요.

Q. 가전제품은 어떻게 하나요?
A. 사망한 곳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사용 가능한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재활용센터로 가고 유족이 없는 경우에는 폐기를 하죠.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쓰레기가 가득한 집]

Q. 트라우마가 생기지는 않나요?
A.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남죠. 처음에는 끔찍한 것과 구더기를 봤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이 일을 한 지 거의 10년차가 되어 가는데, 처음에 느꼈던 공포와 혐오스러운 것들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 같고요. 다만 자살 현장에서 자살에 쓰인 도구나 병으로 돌아가신 분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남겨진 기록들을 통해 봤을 때 마음이 아프죠.

Q. 망자가 남긴 물건으로 그들의 삶을 유추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나요?
A. 젊은 여성이었는데 집에 캠핑장처럼 텐트를 놓고 살았던 분이 있었어요. 살림도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많았고요. 근데 유일하게 위로에 대한 책을 쌓여 있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Q. 유족들과는 주로 어떤 얘기들을 나누나요?
A. 유족을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통화만 할 때도 있어요. 지방에 있는 분들은 전화로 요청만 하고 끝까지 못 뵙는 경우도 있고요. 처음에 이 일을 할 때 찾아오시는 유족한테 ‘명복을 빕니다’라는 위로하는 말을 신경써서 했었는데 오히려 그런 표현들이 마음을 어둡게 할 수 있겠더라고요. 말로 위로하기보다는 의뢰하신 내용이 고인이 남긴 흔적을 지워달라는 거니까, 흔적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서비스를 명확하게 하는 편이에요.

Q. 직업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나요?
A. 문자 메시지 하나를 보내더라도 조금은 더 부드럽게 표현하고, 전화통화를 할 때 상대가 흥분했더라도 늘 평정심을 가지고 그 분들이 편안함을 느끼게 응대해요.

Q. 가장 지우기 힘든 흔적은 뭔가요?
A. 냄새죠. 육안으로 보이는 흔적은 조금만 노력하면 지울 수 있어요. 근데 냄새는 미묘해서 잘 지워지지 않거든요. 특히 목재가 있으면 냄새가 배기 쉬워서 그 흔적들을 제일 지우기 힘들어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Q. 목재로 된 집은 철거를 해야 될 수도 있겠네요.
A. 그런 경우도 있어요. 문 틀이나 나무로 된 벽은 철거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싱크대 앞에서 사망했을 경우 혈액 부패액이 싱크대 밑까지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싱크대도 철거합니다.

Q. 죽은 사람들 집을 청소하면 비용은 누가 지불하나요?
A. 경찰에서 요청했을 경우 범죄 피해자 지원사업을 통해 경찰이 지급합니다. 유족이 있는 고독사는 유족이 지불하고, 유족이 없는 경우에는 그 집을 임대해준 건물주가 내는 경우가 많아요.

Q. 죽음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며 죽음에 대해 바뀐 생각들이 있나요?
A. 무엇을 봐도 죽음과 연관성을 찾으면서 마음이 유연해졌어요. 누구나 죽음을 겪게 될텐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될까를 고민하되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죽음에 대해 조금은 더 너그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Q. 가장 꺼려지는 청소는 뭔가요?
A. 동물사체 청소가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심혈관 질환의 사망자일 경우에는 바닥에 피가 많이 고이거든요. 발 디디기도 힘든 경우가 많아서 행동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많이 꺼려져요.

Q.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공통점이 있나요?
A. 집에서 누군가가 돌아가셨을 경우 주민들이 모르게 해달라고 해요. 소음이 생길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 엘리베이터에 인테리어 업체인 것처럼 안내문을 붙여서 제 신분을 속이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쓰레기집인 경우에는 청소업체가 아닌 것처럼 해달라는 경우가 많아서 쓰레기는 밀봉을 해서 안보이게 버려요. 아무래도 스스로 쓰레기를 모아 놓고 사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느끼니까 주변이 모르게 해달라는 것 아닐까요. 해결해줄 나만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공사 안내문과 명함]



Q. 엄청나게 많은 양의 쓰레기일 경우에는 알 수밖에 없지 않나요?
A. 어느 정도 눈치는 챌 거예요. 그래서 쓰레기를 빼는 시간은 일반인들이 출근하고 나서, 퇴근하기 전을 많이 이용해요. 고층 건물에 있는 쓰레기들은 사다리차를 이용하기도 하고, 주택들이 밀집해서 사다리차를 세우지 못하는 곳은 직접 옮기죠. 작업 시간은 보통 쓰레기집의 경우 12시간이 걸려서 아침 7시에 시작하면 저녁 7시쯤 끝나는 식으로 거의 하루종일 해요. 근데 하루만에 안 끝나는 경우도 꽤 있고요. 나흘 걸려서 청소한 집도 있었어요.

Q. 회사 이름이 하드웍스(HardWorks)입니다. 회사 이름처럼 일이 힘든가요?
A.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긴 해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 설마 이것보다 힘든 일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기록을 갱신하는 어렵고 힘든 집들이 나와요. 그럴 때 '점점 힘들어지는 하드웍스를 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껴요.

Q. 가장 힘들었던 집은 어디였나요?
A. 50평대 아파트인데 집 전체가 쓰레기였어요. 방도 5개 정도 됐고 화장실도 2개고 거실도 굉장히 넓었어요. 10톤이 넘는 쓰레기가 나왔고, 작은 쓰레기 하치장을 치우는 정도였어요. 그런 집은 물리적으로 힘들었어요. 시간도 많이 걸렸고요.

Q. 비용은 어떻게 책정 하나요?
A. 폐기물량에 따라서 비용 차이가 나요. 그리고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와 여러 사람이 사망했을 때 오염도가 차이나는데 그럴 때 비용이 다르죠.

Q.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있는지, 특수 청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지금 네 명이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 업계는 포화상태라고 얘기 할 만큼 많은 분들이 일하고 있어요. 결원이 생기지 않을 정도예요. 저는 이 일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페이지까지 개설해서 참고할 내용들을 올려서 안내하고 있어요.

Q.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전에는 잡지사에서 글을 쓰는 일도 하고, 생계를 위해서 식당에서 배달하는 일도 했었어요. 그런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는데 청소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일로 청소를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이 일을 하게 됐어요. 평소에도 매일 청소할 정도로 청소를 좋아해요. 아침에도 청소하고 왔고요. 청소를 하면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의 여백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싫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게 일이 됐는데 아직도 청소가 좋나요?
A. 집에서 청소하는 건 좋아하긴 하는데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면 싫어지는 면도 있어요. 근데 쓰레기집 같은 경우에 “이 쓰레기 때문에 힘들게 살았는데 해결해줘서 고맙다”는 연락들이 꽤 와요. 그런 말들을 들을 때 뿌듯하고, 집 하나를 비웠을 때 오는 해방감이 있어요. 그때는 큰 보람을 느껴요. 청소하는 일이 싫어졌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청소가 좋아져요.

Q. 험한 일을 하면서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는 주로 뭘 하나요?

A. 육체적으로 고달프기도 하고 사람이 사망한 곳을 드나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요. 육체적인 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풀려요. 정신적인 건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하는 편이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A. 같은 청소를 하는 동료들도 왜 굳이 이걸 하려고 하냐고 만류하는 분들도 계셨고, 용기내서 한번해보라고 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Q. 청소부라고 하면 인식이 안 좋지는 않나요?
A. 네, 그렇습니다. 이 업종에서 자식들은 아버지가 뭘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 일을 오래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 이 일을 할 때 함께했던 동료 중에서 지금도 같이 하는 분들은 많지 않거든요. 지속 가능성은 낮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하다 보니까 경쟁도 심하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생존에 타격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사람들에게 저 자신을 청소부라고 소개해요.

Q. 20대 때의 꿈은 뭐였나요?
A. 꿈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전공은 시 창작이었기 때문에 문인으로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글을 쓰면서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틈틈이 대필을 하면서 유령작가로 살았죠. 근데 청소를 하면서 작가를 하고 있으니까, 20대의 꿈은 이뤘다고 볼 수 있겠네요.

Q. 거의 유령처럼 살아오신 거네요.
A. 그렇습니다. 의뢰인들이 모르게 해달라고 하면 직업도 밝히기 힘들기 때문에 현재는 유령 청소부로 살고 있어요. 인테리어 회사 명함도 있어서 인테리어 업자라고 하기도 해요.

Q. 8년 동안 일을 지속하면서 깨달은 건 무엇인가요?
A. 고독사 현장에서는 이 분이 참 외롭게 사셨다는 걸 느껴요. 그런 외로움들을 함께 나눠서 해소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자살 같은 경우에는 괴로운 흔적들이 많이 보여요. 애인의 변심으로 인해 자살을 하는 경우 애인에 대한 저주의 말을 남겨 놓거나 자책하는 말을 써놓기도 하고요. 인간관계나 자아관이 형성되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것들이 느껴져요.
 

[사진= 특수 청소부 김완 제공]


 
Q. 청소를 한다는 건 뭔가요? 본인의 일을 통해서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묻어 있는 걸 쓸고 닦으며 채워져 있는 걸 비우는 행위죠. 더러운 곳에 있으면 뭔가 두기도 싫어지면서 감정의 여지가 남거든요. 청소는 그런 감정의 여지를 비워준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야 타인에게도 관대해진다고 생각을 전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자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젊은 취업준비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특히 더 그래요. 사실 자책한다는 건 자책할 만큼 열심히 한다는 것이거든요. 이미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지금 괴로운 것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테니까, 거기에 너무 내몰리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김완 특수 청소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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