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EO 중 처음으로 노조 만난 이동훈 사장, "새로운 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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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07-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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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노동조합과 만났다. 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노조 측과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삼성이 본격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이 교착 상태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교섭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9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7일 경기 용인시 삼성디스플레이 기흥캠퍼스에서 김정란·이창완 노조 공동위원장과 회동했다.

이날 만남을 먼저 제안한 것은 이 사장이다. 최근 진행 중인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노사관계 안착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노조 측에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설립 2개월여 만인 4월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뒤 줄곧 이 사장이 직접 나와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4차례 진행된 본교섭에는 김범동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사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을 뿐 이 사장이 참석한 적은 없었다.

이날 이 사장은 "노사협의회는 직원들이 선출한 대의기구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고 노조는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서로 시간을 가지고 협력해서 룰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노조 가입률이 과반수 이상으로 늘어나야 사측에서도 해당 노조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노조 역할을 대신해 온 노사협의회와의 형평성 문제를 든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조합원은 2000여명으로, 10%대 가입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교섭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진 못했지만 양측의 만남에 대해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CEO가 노조 집행부와 대면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삼성이 노조를 상대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만남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단체교섭에도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측은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효적 절차 규정을 마련해줄 것과 구조조정의 계획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4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장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대형 LCD 사업을 종료한 뒤 내년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사업구조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지난 3월 이 같은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대형 LCD사업부 인력은 중소형사업부와 QD(퀀텀닷) 부문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인력을 대상으로는 희망퇴직이나 다른 계열사로의 전적을 권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 주재 2년을 권유 받고 삼성SDI로 옮긴 경우도 일부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공식적으로나마 이 사장이 직접 나서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해 아산2캠퍼스에서 열린 임직원 450여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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