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친노' 조기숙, 文 정부에 또 쓴소리..."부동산실패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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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07-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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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해법에서 변화 찾기 어려워"

  • "정부, 정책 땜질만 하며 투기꾼들 꽃길 걷게 했다" 비판

  • "과거 성공신화, 적폐로…전세 임대사업자 등록 해지해야"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진솔하게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일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공급 확대 및 보유세 추가 강화 등 후속 조처를 거론한 것과 관련, "해법에서 여전히 변화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공급 확대는 로또 분양으로 이어져 결국 운으로 자산도 양극화할 것"이라면서 "보유세 강화는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엔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매물이 나오리라는 것은 기대에 불과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임대 사업자 정책을 확대한 데 있다. 전세가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환상으로 반사회적 투기 세력인 다주택 전세 임대인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줬다"며 진단했다.

이어 "주택 가격 폭등이 임대사업자 탓임이 밝혀졌음에도 정부는 땜질만 하며 투기꾼들이 합법적으로 부동산 투기의 꽃길을 걷게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전세 임차인도 언젠가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아파트를 지을 토지가 없다"면서 "누구나 서울과 준서울 지역에 집을 장만하고 싶어하기에 정부가 아무리 공급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책을 비판할 때 '불만 알아들었어, 해답은 우리가 가지고 있어'라는 식의 대응으로 결국 문제를 여기까지 키웠다"라면서 "세상은 변했으며 과거 오랫동안 성공한 신화가 적폐가 됐다"고도 말했다.

동시에 "차례로 계약이 종료되는 전세 임대사업자의 등록을 해지해야 한다"며 "선진국 수준의 공공 임대주택을 확보해야 임대인의 집값 인상을 견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또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해 몇 년간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호소하면 과도하게 오른 새집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음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SNS 게시글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책의 품질을 높이려면 우리 안의 성공신화를 깨야>
1.
지금 교육과 부동산 정책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단지 현 정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과거의 성공신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오랫동안 성공한 방식이기에 아직도 그것이 통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도록 이미 세상이 변한 것이다. 그 결과 성공신화가 적폐가 되었다.
진짜 적폐는 우리 안의 생각에 있다. 생각의 발상을 전환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는 적어도 교육과 부동산 정책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현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집값을 안정시킬 의지가 없어서 부동산정책을 이렇게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의지만으로 정책이 성공한다면 집 없는 사람 중 아무나 장관을 시켜도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은 변수 수십 개가 한꺼번에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복합방정식이다. 의지보다 중요한 건 전문성이고,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건 사고발상의 전환이다.

<전세의 순기능, 시효를 다했다>
2.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임대사업자정책을 확대한 것이다. 그 후 부작용이 발생하자 일부 혜택을 줄였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주택 가격 폭등의 원인이 실수요자가 아니라 임대사업자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나뿐만 아니라 서울대 이준구 교수, 경실련, 시민단체들이 여러 번 경고하고 지적했던 일이다. 그렇게 커다란 싱크홀을 만들어놓고 작은 구멍만 열심히 땜질한 것이다. 그 땜질로 실수요자의 손발은 묶였고, 투기꾼들은 합법적으로 부동산 투기의 꽃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전세제도는 과거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금융시스템은 발전하지 못한 시절에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편의에 의해 만들어져 나름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주거복지에 기여한 성공신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전세라는 임대 제도가 없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집값의 20%의 현금과 안정된 직장이 있으면 장기론을 통해 집을 장만하도록 돕는다. 그게 자산양극화를 줄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집을 장만하기 전에는 비교적 저렴한 월세를 살도록 하고 정부가 민간 월세임대업자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월세시장을 안정시키고, 이를 견제할 수단으로 공공임대주택을 25% 정도 확보하고 있다.

<서울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늘리는 것만이 집값 장기안정에 기여>
3.
우리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을 뿐만 아니라 전세에 비해 월세가 비싸다. 그러니 전세가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환상으로 임대사업자에 전세 임대인을 포함시키는 우를 범한 것이다. 갭투기자는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지 않아도 전세를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부동산 투기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월세 임대인이 자신의 자산을 투자해 월세를 공급하는 공적 기능을 하는 데 비해, 다주택 전세 임대인은 반사회적 투기 세력일 뿐이다. 정부는 투기세력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임차기간 연장이 임차인 보호라고 착각한 것이다.
과거에는 무궁무진하게 아파트를 지을 땅이 있었다. 그래서 전세임차인도 언젠가 자기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토지가 없다. 따라서 누구나 서울과 준서울 지역에 더 늦기 전에 집을 장만하고 싶어한다. 정부가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소용이 없다. 인구가 줄수록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대도시 집중화는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유세 인상 장기적 집값 안정엔 도움, 단기효력은 제한적>
4.
요즘 전세난은 현정부의 규제정책이 공급을 막고, 임대사업자 정책으로 물건이 묶이면서 일어난 공급부족이 원인이다. 이미 전문가들은 물론 나도 당청에 2년 전부터 경고했던 일이다. 서울의 주택구매 대기수요가 50%라고 한다. 이미 포화상태인 서울에 집을 아무리 지어도 집값 안정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장기적인 안정을 생각한다면 선진국 수준의 공공임대주택확보만이 해결책이다. 누구나 서울에 집을 가질 필요도 없고, 구매할 여력이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꼭 살아야 할 사람들에겐 정부가 거주할 공공임대를 제공해야 하고 이를 통해 임대인들의 집값 인상을 견제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의 분노에 며칠 만에 응답한 것은 현정부의 대응능력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상징이다. 그러나 해법에선 여전히 변화를 찾기 어렵다. 공급확대가 소유를 기본으로 상정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분양은 로또분양이 될 것이고 결국 운으로 자산도 양극화될 것이다. 지금 상태에선 보유세 강화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기적으론 다주택자의 투기의지는 제약하겠지만 당장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기대에 불과하다. 최근 집값 인상이 세금의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데 집 한 채를 팔아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버틸 것이란 예측이 자연스럽고, 임대사업자는 어차피 보유세 인상으로 큰 영향을 받지도 않을 것이며 계약기간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도 없다.

<집과 임대주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
5.
결국 해결책은 정부가 진솔하게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순차적으로 계약기간이 종료된 전세임대사업자의 등록을 해지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벌금을 탕감해주면서라도 전세임대사업자의 등록을 해지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몇 년간 고통을 분담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에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순차적 스케줄을 제시하고 그곳에서 임대주택을 기부채납 받는 것이다. 이미 나는 그런 청사진을 이곳에서는 물론 '대통령의 협상'에서도 제안한 바 있다. 주택공급의 청사진을 제시하면 과도하게 오른 새집 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주택도 시장이다. 공급을 이기는 가격은 없다.
이제 집은 소유가 아니라 주거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세의 사회적 순기능에 대한 환상도 깨야 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여전히 공급물양은 임대보다 분양이 많다. 앞으로 공공택지에는 무조건 임대주택만 지어야 한다. 갈등의 소지가 많은 10년 후 임대 분양도 없애야 한다. 임대주택은 슬럼화된다는 신화를 깨야 한다. 공공임대는 전세로, 민간임대는 월세만 인정하는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을 사기업이 아니라 공기업이 함으로써 주택공급과 전셋값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비판하면 어떤 점을 비판하고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이는 게 아니라 "불만 알아들었어, 해답은 우리가 가지고 있어"라는 식의 대응이 결국 문제를 여기까지 키워온 것 아니겠는가.
진정한 소통은 쌍방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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