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소리꾼' 흥과 한이 끌어낸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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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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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꾼' 스틸컷...7월 1일 개봉[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탐관오리의 횡포와 수탈·착취가 극에 달한 조선 영조 10년. 소리꾼 학규(이봉근 분)는 고수 대봉(박철민 분)과 함께 저잣거리에서 소리를 하며 먹고 산다. 배를 곯는 일이 허다하지만, 아내 간난(이유리 분), 딸 청이(김하연 분)와 함께라면 남부러운 것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학규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간난과 청이가 정체 모를 무리에게 납치당한다. 청이는 간난의 도움으로 간신히 도망치지만 큰 충격에 시력을 잃고 만다.

학규는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돈다. 여행 도중 몰락한 양반(김동완 분), 스님, 장사꾼 등과 만나 광대패를 꾸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심청가'를 만들어 부른다. 학규가 지어낸 이야기는 민심을 흔들고 간난의 납치와 관련된 탐관오리의 귀까지 흘러든다.

영화 '소리꾼'은 '두레소리'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대학 시절 정통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로 활동해온 조 감독은 오랜 시간 판소리 영화에 관한 마음을 키워나갔고 28년 만에 한국적 정서가 담긴 뮤지컬 영화를 완성시켰다.

영화는 학규가 아내를 찾아 나서는 로드무비와 판소리 '심청전'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꾸려간다. 학규가 아내를 찾는 과정과 여러 인물과 만나 '심청가'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모습 그리고 '심청가' 속 눈먼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조화롭게 구성됐다.

영화는 영상 언어보다는 직접적인 대사와 노랫말들로 상황과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한다. 간결하고 직선적인 이야기는 때로 투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봉근의 소리가 그 투박함을 멋스럽게 느껴지게 한다.

다만 탐관오리의 갈등이나 권선징악 스토리 그리고 반전 등은 예측 가능하고 진부해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관객들을 매료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소리꾼'의 강력한 무기인 이봉근의 소리가 없었다면 만족할 만한 카타르시스를 끌어내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소리'가 주인공인 영화를 위해 4년간 공을 들였다. 국악의 세계화를 이끈 월드뮤직 그룹 '공명' 박승원 음악감독과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고 크랭크인 전 80% 이상 가이드 음악을 완성하며 철저하게 준비를 마쳤다. 전문 국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관객들이 판소리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편안한 장단을 사용했다.

파격적으로 소리꾼 이봉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소리꾼만이 보여줄 수 있는 호소력과 깊이를 보여줬다. 배우 박철민도 고수 역을 위해 3개월간 연습하며 인물의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한 이유리와 김동완도 제 몫을 해내며 자연스레 어우러져 인상 깊다. 7월 1일 개봉이며 관람 등급은 12세 러닝타임은 11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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