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우려 커지는데…의약품 자급률·백신주권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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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20-06-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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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치료제=국력’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 백신 쟁탈전에 국가 간 갈등도…민관 협력·투자 절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두고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갈등이 빚어졌다. 백신·치료제 등은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가 경제 등 기본적인 체계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보건안보’의 중요성 역시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보건안보는 질병과 감염병 등 위협에 국가가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보건안보의 수준은 각국 제약바이오산업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자국 제약바이오산업을 재조명하고 의약품 자급률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 원료약 수입의존 비율 높아…자국화 필요

국내의 보건안보는 취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지난 2018년 기준 26.4%에 그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자체 생산시설을 통해 75.6%의 완제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정작 완제의약품에 들어가는 원료의약품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수입해오는 비율이 높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중국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해오는 규모는 6억2179만 달러(한화 약 746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의 34% 수준이다. 인도도 10% 수준인 1억9152만 달러(약 230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발발했을 당시 다수의 원료공장 생산기지를 폐쇄했고, 인도는 26종 원료의약품의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코로나19로 공장 생산가동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주요 의약품을 수출하기보다 자국 내에 비축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등 사태에서 의약품 수급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 원료의약품은 약 20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에서는 특허만료의약품의 원료 26%를 인도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의약품 수급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는 이유다.

이에 미국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용 복제약과 원료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미국 제약사 플로우(Phlow)와 3억5400만 달러(한화 약 42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에서도 자국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20억 달러(한화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대부분이 필요한 의약품의 재고분을 확보하고 있어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가 불거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금보다 장기화될 경우 일부 완제의약품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원재료비가 25% 상승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1조700억원의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신주권도 ‘흔들’…공격적인 투자 필요

원료의약품 뿐만 아니라 백신 자급률도 낮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감염병 대유행 사태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질병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당시 한국이 세계에서 8번째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서 자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신종플루 억제에도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백신은 바이오의약품의 일종으로, 화학의약품 대비 개발·생산 난이도가 높은데다 생산시설 구축에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연구개발비는 통상 약 3조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감염병이나 대테러 상황에서 해외 수입 절차 없이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제조가 가능한 예방백신 자급률이 39%에 그치고 있다. 정기예방접종 19종, 기타예방접종 4종, 대테러, 대유행 대비 5종 등 총 28종 주요백신 가운데 11종류만 순수하게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독감백신 등을 자체 개발하며 자급률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감염병 대유행 등에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라 3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에 필요한 비용 1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미봉책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개발 동기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물테러와 감염병 등 국가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해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비축용 의약품’도 비축량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명원 의원은 국가비축용 의약품 37개 중 19종이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자국화, 코로나19 계기로 바뀔까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의약품 자국화와 제약주권 확보가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가 지원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신종감염병과 필수예방접종 백신의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연구단계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하는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7월부터 2029년까지 국비 2151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공중보건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임상시험 산업 육성의 거점역할을 담당할 ‘국가임상시험지원센터’도 지난 5월 28일 출범했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등 감염병 백신 개발 및 허가단계에서 애로사항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출시 지원을 위해 ‘K-백신 신속심사 추진반’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계도 감염병 억제를 위한 백신 및 치료제, 필수의약품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가칭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 설립을 발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처음으로 공동출자하고, 공동 개발·생산하는 형태의 컨소시엄이다. 백신, 필수의약품 등 개별 기업이 개발에 나서기 쉽지 않은 분야에 대해 산업계가 힘을 모았다. 나아가 정부의 지원을 더하면 유렵 혁신의약품이니셔티브(IMI), 미국 신약개발촉진협력(AMP) 등과 같은 민·관 합동 컨소시엄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산업계가 의약품 자국화에 적극 나서야 향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며 “굳건한 제약주권 확보를 토대로 산업을 육성해야 흔들림 없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이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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