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손정의 밀월 종료]5분 만의 투자결정 "당신은 세상을 바꿀 것"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20-06-30 05:00
갓 창업 알리바바 2000만弗 투자 손정의 "馬 비전·결의·열정 느꼈다" 소프트뱅크, 여전히 알리 최대주주 IT 업계 최고 윈윈 사례 기록될 듯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바이두 ]


"당신은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는군요."

20년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알리바바에 대한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하며 마윈에게 건넨 말이다.

두 사람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유명한 소울메이트가 돼 영감을 주고 받으며 각자의 사업을 일궈 왔다.

지난 25일 손 회장이 알리바바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같은 날 마윈도 소프트뱅크 이사직을 사임했다. 두 사람, 두 회사 간의 밀월 관계는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궁지에 몰린 마윈, 손정의를 만나다

전직 영어 교사인 마윈은 1995년 4월 2만 위안의 자본금을 모아 고향인 항저우에 하이보인터넷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기업 홈페이지 제작을 대행하는 회사였는데 '인터넷', '온라인' 등의 개념이 생소했던 중국에서 고객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았다.

1997년 현재 중국 상무부의 전신인 대외경제무역합작부(대외경제부)가 국제전자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하며 공식 홈페이지와 상품 교역을 위한 별도의 홈페이지 개설을 마윈의 회사에 맡겼다.

14개월 동안 이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역시 성과는 변변치 않았다. 중간에 일정과 계획이 많이 변경된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마윈은 베이징을 떠나기 전 직원들과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며 "우리는 왜 이 모양인가. 길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는 뒷말이 전해진다.

마윈을 실망시켰던 대외경제부가 뜻밖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에게 1998년 방중한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을 수행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두 사람은 만리장성을 거닐며 IT 산업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마윈에게 호감을 느낀 제리 양은 1999년 알리바바 창업 직후 손 회장에게 마윈을 소개했다.

마윈이 사업 설명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손 회장이 2000만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도쿄대의 한 행사에 참석한 손 회장은 당시를 술회한 바 있다. 그는 "마윈은 내가 만난 다른 창업자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과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그저 자신의 비전만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그의 결의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5분이 지난 뒤 나는 모두 이해했고 그가 세상을 바꾸려 한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新경제 신화가 시작되다

손 회장의 투자를 받아 사업의 기초를 다진 마윈은 5년 후인 2005년 야후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한 단계 더 도약한다.

두 건의 투자 유치가 알리바바 신화의 초석이 됐다.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 IT 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이 됐다.

알리바바의 성장은 중국의 경제 구조도 바꿔 놨다. 중국은 저렴한 노동력에 기댄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해 첨단 산업과 서비스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야후는 손실 보전을 위해 알리바바 주식의 상당 부분을 매각했지만,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25.2% 지분율의 알리바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다.

마윈은 "(손 회장과는) 같은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친구"라며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한다.

손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윈과 알리바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마윈은 지난해 전격적으로 알리바바 경영에서 물러났다. 마윈의 뒤를 이어 장융(張勇)이 알리바바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젊고 걸출한 리더가 이 대단한 회사를 이끌게 됐다"며 "그를 매우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손 회장과 마윈은 각각 2005년과 2007년 알리바바와 소프트뱅크의 이사회 멤버가 됐다.

지난 5월 소프트뱅크는 마윈이 6월 25일부로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손 회장도 마윈의 사임일에 맞춰 알리바바 이사직을 사임했다.

정확한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새 리더의 출현에 따른 경영 전략의 변화, 지분율 변동 등을 감안한 새판 짜기 차원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두 사람의 20년에 걸친 인연이 IT 업계 최고의 윈윈(win-win) 사례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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