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유동성, 부메랑 되나] 美 대형은행 '현금 홍수'…"갈 길 잃었다"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입력 : 2020-06-28 16:12
연준 비롯한 중앙은행 무제한 돈풀기 나서 "급한 불 껐으면 이젠 정교한 정책 챙겨야" "소비와 투자 이끌어내야 돈맥경화 막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선두로 전세계 중앙은행의 대대적 돈풀기가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막기 위한 조기 방어막이다. 연준은 지난 3월 '제로금리' 시대를 연 데 이어 국채 무제한 매입 등 전례없는 부양 정책을 연일 쏟아냈다.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일본 중앙은행들도 파격적 금리인하, 과감한 자산매입으로 빠르게 돈을 풀었다. 일단 시장에서는 급한 불 끄기에 성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경제국 경기지수가 조금씩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소비·투자가 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시장에 돈은 넘치지만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4월 미국 은행의 예금 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약 2425조원)를 돌파했다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발표는 불안을 더욱 부채질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년 모일 예금 한달 만에···"현금 속 헤엄치는 은행들"  

FDIC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간 미국 은행 예금은 8650억 달러나 늘었다. 평소라면 1년 동안 모였을 예금액이라고 CNBC 등 외신은 전했다. 글로벌 금융분석기관 오토노머스 리서치의 브라이언 포란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현금 홍수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내 현금 홍수의 배경에는 '불안'이 있다. 대형은행이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을 중개하면서 예치 금액이 급증한 것도 있지만, 경제봉쇄령으로 불안해진 개인과 기업들이 은행 현금 보유를 늘린 것이다. 게다가 은행들의 건강한 대출 고객도 줄었다고 CNBC는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경제통계(FRED)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월 1일 기준 미국 예금 취급기관의 초과지급준비금은 3조2176억 달러로 석달 만에 2배이상 늘었다. 중앙은행이 쏟아낸 유동성이 아직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부터 주요국 중앙은행이 쏟아낸 정책들은 '전대미문'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성명을 통해 적어도 2022년까진 기준금리를 제로(0.00~0.25%)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채를 비롯한 각종 채권 매입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정책금리 DFR(Debt Facility Rate: 예치금리)을 제로에서 -0.1%로 내렸다. 현재 예치금리는 -0.5%까지 내려갔다. ECB는 지난 3월 양적완화를 위해 7500억 유로(약 1024조8825억원) 규모의 ‘팬데믹 긴급매입 프로그램'(PEPP)을 도입했으며, 이달 초에는 PEPP 규모를 약 6000억 유로 증액했다. 

일본은행(BOJ) 역시 국채매입 한도 철폐로는 모자라 ETF(상장지수펀드) 매입,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 한도를 크게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P·연합뉴스]


◆부작용 우려 목소리 ↑···"정부의 발빠른 재정정책으로 치고들어와야"

빠르게 풀린 돈은 시장의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우려했던 유동성의 함정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속속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달초 전세계 정치, 경제 분야 유명인사들의 기고 전문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엄청난 돈이 풀리고 있지만, 기대만큼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교하지 못했던 부양책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부양책이 당장 눈앞의 줄도산과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로서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목표가 명확하지도 정책이 정교하지도 않았다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강조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제대로 짜여지지 못한 부양책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키우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넘쳐나는 유동성은 금융시장에서 투기적 성향을 짙게하면서 변동성을 키우게 된다"면서 "결국 금융시장은 일희일비하게 되고 (사회)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기업과 개인 모두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을 통해 투자와 소비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와 소비 욕구도 함께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의 함정이라는 악순환을 깰 수 있는 것은 정부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폴라 수바키(Paola Subacchi) 영국 퀸메리대 경제학 교수 역시 같은 매체 기고문에서 "필요한 곳에 빨리 돈을 대주는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돈만 많이 풀리고 제대로 된 재정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을 겨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세계 경제를 위협하던 과다 부채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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