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준의 취준생 P씨](8) '핀테크' 바람부는 은행가, 취업 준비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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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0-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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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직장' 은행원은 옛말...영업장·직원 등 감소세

  • 카메라 활용해 면접 준비...주가·재무제표 확인 필수

  • "코딩, 프로그래밍 등 공부해 인력 수요 대비해야"

[편집자주] 올해 5월 기준 국내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약 128만 명입니다. 누구나 이 신분을 피하진 못합니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길고 짧은지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취준생이라 해서 다 같은 꿈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각자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합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만은 같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취준생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매주 취준생들을 만나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응원을 건네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취준생은 합격(pass)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P씨로 칭하겠습니다.

 
여덟 번째 P씨(27)는 은행원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다. 은행은 안정된 워라밸에 높은 연봉으로 소위 ‘신의 직장’으로 인정받지만 업계에서는 다 옛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인 핀테크(fintech)가 발전하면서 오프라인 창구에서 하는 업무가 줄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들자 은행은 영업장 규모를 축소하고 직원 수도 줄였다. 새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취준생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 15일 만난 P씨는 “주변에서 나한테 ‘요즘 다 스마트폰으로 대출하고 적금 가입하지 누가 은행가냐’고 묻는다”며 “퇴사했을 때 전문성이 없을까봐 걱정해준다”고 말했다.
 
맞춤형 자소서와 철저한 면접 준비로 최종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P씨가 은행원을 준비하는 이유는 ‘전공’과 ‘적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성격이 활동적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이 중 경영이라는 전공도 살릴 수 있는 것이 금융권이었다.

특히 P씨가 꿈꾸는 직무는 기업들을 직접 만나 대출 여신상품이나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일이다. P씨는 "목표는 성공한 금융가”라며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100대 중소기업의 명함 절반 이상을 가지는 것(이 목표)”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취업을 준비한 지 1년도 안됐지만 4번이나 최종면접을 경험했다. 비결은 자소서에 녹인 '맞춤형 경험'과 '특별한 면접 준비'다. P씨가 취업 준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그동안의 인생 경험 정리였다. 이 중 금융권에서 좋아할 만한 경험을 선별해 자소서에 담았다.

그 중 하나는 학생회장 출신인 P씨가 예산 0원을 물려받아 다음 학생회에 71만 원을 물려줬다는 이야기였다. 재무 관리가 주 업무인 은행이 P씨를 매력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실무 면접을 준비할 때는 혼자 방에서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영상 속 자신의 모습을 분석해 안 좋은 습관, 말투, 자세 등을 고쳐나갔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선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곳이니 만큼 '관심도'를 강조했다. P씨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즈니스 모델과 자산 규모 등을 해외 은행과 비교해가며 분석해 면접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또한 P씨는 “면접 날 아침 주가, 재무재표기업 관련 뉴스는 필수”라며 "'핀테크'에 대한 이해와 기업분석을 중점적으로 해왔다"고 팁을 전수했다.
"변하고 있는 금융권, 취준생도 공부의 폭을 넓혀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권은 지금 격변의 시기다. 과거에는 ATM기기를 찾거나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금융 용무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시간·장소 제약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계좌이체부터 적금 가입, 대출까지 용무를 해결할 수 있다.

고객 응대는 영업장 은행원보다 은행 앱에에 등장한 AI 챗봇이 더 많이 맡는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지난 23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본격적인 AI 기술개발에 나설 정도로 AI는 핀테크에서 중요한 기술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소비자 맞춤형 상품도 출시된다.

온라인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영업장이 줄기 시작하더니 2017년에는 영업장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 전체 영업점이 2016년 6월 3840개에서 2020년 5월 3441개로 4년 사이 400곳이 사라졌다. 은행권 취업자 수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15년 은행권 취업자 수는 13만 8000명, 2018년은 1만 4000명이 줄어 12만 4000명이었다.

올해 1분기 시중은행 순이익은 작년 2조 2000억원에서 4.5%오른 2조 3000억원이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올해 1분기 순익은 작년 전체(137억원)를 뛰어넘은 185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초 기준 가입자수 1154만명을 넘으며 국민 5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인 '비대면'이 빛을 본 것이다.

이런 변화를 체감한 P씨는 1금융권만 바라보던 취업 시야를 다른 금융권까지 넓혔다. P씨는 “올해까지 금융권만 60~70군데 정도 지원했다”며 “코로나 시국 이후 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돼 핀테크 시대는 더 앞당겨져 올 것같다. 미래를 생각하니 시중은행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금융권의 새 흐름에 맞춰 취준생들이 입사를 준비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은행에서 인원이 줄고 있어도 핀테크 관련이나 인터넷 은행에서 새로운 인력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과거에는 영어, 학과 전공 등의 공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코딩, 프로그래밍 등 더 넓게 공부하고 새로운 인력수요 변화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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