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른 판교發 개발자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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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정명섭 기자
입력 2020-06-2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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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에 네이버·카카오 가치 급등... 삼성동·판교 개발자 수백명 이직 행렬

코로나19로 어수선했던 올해 상반기에 IT업계 개발자들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거 몰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비대면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두 기업의 가치가 높아진 게 개발자가 쏠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개발자들은 원격근무 기간에 비대면 면접이 활성화되자 적극적으로 이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IT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경기도 분당(판교) 소재 중견 IT기업 개발자 수백명이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로 이직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매출 1조원 내외의 중견 소프트웨어·SI 업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견 개발자들을 기회가 되는 대로 끌어들이고 있다. 35살 미만 주니어급 개발자는 카카오를, 35살 이상 중견 개발자는 네이버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특히 카카오는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해 첫 번째 연봉협상이 어긋나더라도 개발자가 원하는 쪽으로 한 번 더 협상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개발자를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격근무 체제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으로 주 평균 30회의 개발자 면접을 진행해왔다. 특히 양사의 핀테크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에 대한 개발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직장인 익명 SNS ‘블라인드’엔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의 처우, 근무 환경, 코딩 테스트·면접 등의 각종 후기를 묻는 게시글로 가득할 정도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네이버파이낸셜 제공]

카카오페이도 수시 채용에서 벗어나 지난달 17~23일 경력 개발자 공채를 진행했다. 이번 공채로 80여명의 개발자를 한 번에 채용할 계획이며, 연말까지 세 자릿수의 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바로투자증권(카카오페이증권) 인수 후 개발자 충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할 당시 60명에 불과했던 임직원 수는 현재 550여명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급증한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 판교 오피스(알파돔타워)에 1개층을 추가로 임차하기도 했다.

개발자들이 네이버와 카카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대표적인 비대면 산업 수혜주로 이름값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에 따른 높은 스톡옵션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네이버·카카오의 시총은 각각 코스피 4, 8위로 급상승했다.

IT업계는 이번 개발자 대이동이 2010년 전후 미국 대표 IT기업인 MAGA(Microsoft, Amazon, Google, Apple)에서 개발자를 대거 채용한 현상과 비슷하다고 했다. 당시 급성장하는 모바일·클라우드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MAGA에서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싹쓸이 하면서 IT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네이버·카카오 역시 개발자를 지속해서 확충해 이를 토대로 신규 비대면 서비스를 출시해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실리콘밸리는 테크 자이언트에서 경험을 쌓은 개발자들이 독립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을 설립, 전체 IT 생태계가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 개발 경험과 테크 자이언트가 제공한 스톡옵션 등의 보상을 토대로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향후 삼성·판교 등지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네이버·카카오로 이직한 개발자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견 SW 업체도 6월 들어 일제히 경력 공채에 들어갔다. 개발자들이 중소 SW 업체에서 중견 업체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사진=카카오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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