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집단감염]상인들 "과일·생선 썩어도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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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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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폐쇄로 상인·노동자 손실 눈덩이

  • 재고 강제 폐기에도 손실 보상은 말뿐

  • 식자재값 상승에 노인·저소득층 피해

베이징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지난 13일 폐쇄된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전경. [사진=신화통신]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해 대형 시장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시장 내 상인과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

채소와 육류, 수산물 등 필수 식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가뜩이나 지갑이 얇은 노년층과 저소득층의 민생고도 가중될 전망이다.

16일 중국신문주간 등에 따르면 집단 감염 사태의 진앙으로 꼽히는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 상인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신파디 시장의 한 상인이 1t 이상의 차오위(草魚·잉어과의 담수어)를 내다 버리는 동영상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베이징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추가 확진자를 막기 위해 시장을 폐쇄한 날이다.

1988년 문을 연 신파디 시장은 축구장 157개 면적에 관리 인원만 1759명에 달한다. 고정 점포와 고정 거래처는 각각 5558개와 8000여개다.

하루 평균 채소 1만8000t과 과일 2만t, 돼지 3000여 마리, 양 1500여 마리, 소 150여 마리, 수산물 1500t이 거래돼 베이징 시민의 장바구니를 80% 정도 책임진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이 폐쇄되면 상인 및 노동자들의 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파디 시장에 토마토를 납품하는 농민 류징(柳京)씨는 "시장이 문을 닫은 뒤 5000㎏ 이상의 토마토가 창고에서 썩고 있다"며 "무조건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폐쇄 조치가 언제 풀릴지 몰라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며 "21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옥수수와 콩 등을 판매하는 장위시(張玉璽)씨는 "수입 연어를 자른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시장 내 채소와 과일, 육류 관련 시설에서는 바이러스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장 내 또 다른 상인은 "손실을 보상해 준다는 통지는 받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은 베이징 곳곳에서 넘쳐 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하이뎬구 위촨둥(玉泉東) 시장과 시청구 톈타오훙롄(天陶紅蓮) 시장을 비롯해 11개 시장이 강제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시장 폐쇄에 따른 필수 식자재의 수급 악화는 서민 가계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당국은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판매처를 발굴해 식자재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신파디 시장의 경우 지난해 거래량과 거래액이 각각 1749만t과 1319억 위안(약 22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베이징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약 750㎏의 식자재를 신파디 시장에서 구매한 셈이다. 1인당 소비액은 5735위안이다.

마쩡쥔(馬增俊) 전국도시농업거래센터연합회 회장은 "신파디 시장은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갖는 곳"이라며 "시장 폐쇄가 베이징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수준이 낮은 노인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신파디 시장에서 오전 8~9시 도매 거래가 끝난 뒤 가장 먼저 모여드는 고객은 인근 지역의 노인들이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아 시장을 방문한다.

주간지 남방주말은 "13일 신파디 시장이 문을 닫자 바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며 "화물 운송업자들도 시장 폐쇄기간이 길어지면 손실이 커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소상공인과 일용직 노동자, 노년층 등 취약 계층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민생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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