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 출근 금지, 책임 전가…혼돈의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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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6-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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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흘새 79명 확진, 증가세 지속

  • 감염지역 주택 단지 봉쇄 확대

  • 문책·면피에도 민심 지속 악화

  • 생업 위기, 학업 지장에 불안감

  • 쓰촨까지, 中 전역 확산 가능성

베이징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진원지로 알려진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 전경. [사진=CCTV]


중국 수도 베이징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면서 시 전체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책임자 문책과 방역 강화 등의 조치에도 생업과 학업에 위기감을 느낀 민심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베이징발 바이러스가 인근 허베이성은 물론 서부 쓰촨성까지 번진 터라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5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서 3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두 달 가까이 확진자가 없던 베이징은 지난 11일 1명을 시작으로 나흘 새 신규 확진자가 79명까지 불어났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베이징 방역 당국은 검사소 193곳을 긴급 설치하고 전날에만 7만6499명을 상대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대상 중 5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하루 이틀 내로 확진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당국은 이번 집단 감염의 진앙으로 알려진 펑타이구 신파디(新發地) 농수산물 도매시장 인근과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신파디 시장 인근 10개 주택 단지와 확진자가 나온 하이뎬구 위취안(玉泉) 시장 주변 10개 단지가 봉쇄됐다. 위건위는 우한에서 활약했던 전문가 팀을 베이징에 다시 파견했다.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책임자 문책 조치도 이뤄졌다. 저우위칭(周宇淸) 펑타이구 부구장과 장웨린(張月琳) 신파디 시장 총경리 등이 줄줄이 면직 처분을 받았다.

관변 전문가를 동원해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유럽으로부터 연어 등 오염된 수산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것이다.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의 전염병 수석 전문가 우쭌유(吳尊友)는 이날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에서 "오염된 식품이 들어온 걸 수도 있고 감염된 사람이 전파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식품이 감염원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베이징시의 노력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신파디 시장을 방문했거나 상인과 접촉한 시민은 14일간 출근할 수 없다. 또 다시 생업에 곤란을 겪게 됐다.

학업도 지장을 받고 있다. 하이뎬구와 시청구의 경우 학생들의 등교가 중단됐고, 시 전체로도 학생이 원할 경우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자습할 수 있다.

진학 시험을 2주 앞둔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도 학교에 갈 수 없게 됐다. 학기 내내 온라인 수업만 하다가 막판까지 시험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신파디 시장에서 육류 도매업을 하는 뤄창(洛强)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게는 강제로 문을 닫았고 아이는 다시 집에 머물게 됐다"며 "올해 상반기는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시간"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베이징발 집단 감염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날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에서 보고된 확진자 3명과, 베이징에서 1650km 떨어진 쓰촨성 서부 야안(雅安)시에서 발생한 의심환자 1명 모두 신파디 시장 관련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였다.

지난 12일 동북 지역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확진자 2명도 베이징에서 감염된 사례였다.

한 중국 소식통은 "봉쇄와 통제 조치가 실시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베이징을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다"며 "이번 주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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