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in] 숨겨진 청정 제주로 나만의 '언택트 힐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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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제주 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06-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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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묻지 않은 자연을 오롯이 담은 '물뫼힐링팜'

  • 눈 감고 감각의 길을 걸으며 '노마드 자연여행'

  • 맨발로 걷는 '서귀포 치유의 숲'은 상쾌함 가득

  • 거친 타이어 자국 '제라진 오프로드' 스릴 만점

초록빛 머금은 숲, 보송한 흙길,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 짬을 내어 조금만 이동하면 언제든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론 적막함이 싫증이 나기까지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자, 비로소 '자연'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북적이는 인파, 밀폐된 공간을 피해 '언택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여행은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양질의 처방제라고 하지 않았던가.
'청정 제주'가 품은 숲길을 걷고 명상을 즐기며 자연이 주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또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공간을 신나게 달리며 우울함을 떨쳤다.
"불편하다"고 외면하다가, "우울하다"고 다시 찾은 이기적인 존재들을 자연은 말없이 반겼고, 오롯이 품어준 자연. 자연이 가진 포용력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으리라. 
 

물뫼힐링팜이 운영하는 노마드 자연여행 프로그램. 트레킹과 명상, 휴식을 즐기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생경한 체험이 선사하는 행복···물뫼힐링팜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속 날씨를 확인했다. 예년보다 일찍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절망했지만, 여행계획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첫 번째 목적지 물뫼힐링팜(제주시 애월읍)에 도착했을 때, 기적처럼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뫼힐링팜을 운영하는 양희전 대표는 "전날까지 악천후였다. 오늘 오신 분들은 분명 조상이 덕을 쌓았을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1996년,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고민을 하던 양 대표는 대체의학과 명상을 접하게 됐고, 삶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전했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힐링센터를 구축하기로 했고, 오늘의 물뫼힐링팜을 조성했다고. 

물뫼힐링팜에서는 '노마드 자연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제주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연과 생명 에너지의 경외감을 느끼고, 그 안에서 내 영혼과 의식을 치유하며 자연과 소통하는 힐링 프로그램이었다. 

혈압과 피부 온도 등 각자의 몸 상태를 체크한 후 양 대표의 설명을 따라 트레킹에 나섰다. 이동하는 내내 스트레칭을 통해 몸에 쌓인 독소를 빼내고, 눈을 감고 몸의 감각에 의존해 길을 걸어볼 것을 권유했다.

눈만 감았을 뿐인데, 걷는 것조차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천천히 길을 걷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고(나무 높이) 11.5m에 달하는 거대한 곰솔과도 마주했다.

언덕에 올라 잠시 쉬어가는 시간, 녹차 한 잔과 눈앞에 펼쳐진 수려한 풍광에 그간의 시름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프로그램의 끝엔 자연밥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연재료로 색을 낸 빙떡과 찰옥수수밥, 적(炙) 등을 정성스레 차린 밥상으로, 제주에서는 경조사 때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상차림이었다. 

3.6㎞ 가량의 자연을 천천히 걷고, 그 안에서 명상을 즐기고, 맛있는 식사까지 즐기는 데는 4시간가량 소요된다.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값이지만, 이 프로그램이 주는 가치를 어찌 감히 오만원짜리 지폐 한 장에 견줄 수 있을까. 
 

서귀포 치유의 숲. 맨발로 걸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풀내음 맡고 새소리 들으며 힐링···서귀포 치유의 숲

자연 속에서 보낸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졌다. 아쉬움을 달랠 서귀포 치유의 숲(서귀포 호근동)이 불현듯 떠올랐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가 담긴 이곳은 제주가 품은 명품 숲이 아닐 수 없었다. 

최적의 웰니스 여행지인 동시에, 열린관광지인 치유의 숲을 모두 둘러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 정도로 광활했고, 치유 프로그램 또한 다양했다.

산림치유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가 이곳에 있습니다. 무엇인지 아시나요?" 지도사가 질문을 던졌다. "돌담이오." 자신 있게 외쳤지만, 정답은 양하(襄荷)였다. 처음 듣는 단어였다. 

양하는 제주도의 특산물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식재료지만, 일본에서는 고급 향신채소에 속한다. 양하 장아찌와 양하 산적 등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단다.

"치유의 숲 곳곳에 양하가 있어요. 이곳에 과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죠."

치유의 숲은 산림의 다양한 요소뿐 아니라 제주의 역사, 옛 제주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을 터다. 

신발을 벗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맨발의 촉감으로만 자연을 만끽했다. 보송보송한 흙, 까슬한 화산송이가 맨발에 닿았다. 데크에 누워 우거진 숲, 그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바라보다 그대로 다시 눈을 감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새소리만 귓가를 간질였다. 그대로 스르륵 잠이 들었다. 따스한 물에 발을 담갔고, 지도사가 건네는 녹나무차 한 잔도 마셨다. 머릿속이 개운해졌고, 모든 근심은 사라졌다. 

조용한 숲 안에 누워 명상을 통해 나의 내면과 외면을 어루만지는 경험을 하고, 지도사의 설명을 들으며 제주의 삶과 문화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정화됐다. 공기는 달콤했고, 숲의 내음은 향긋했다. 자연과 함께 누리는 최고의 휴식이 여기에 있었다. 
 

스릴 넘치는 제라진 오프로드 체험 [사진=기수정 기자]
 

◆야생의 길 달리며 스트레스 날린다···제라진 오프로드

"이젠 오프로드로 가자!" 천천히 걷고 명상을 하며 '치유여행'을 즐기자던 지인이 갑자기 역동적인 체험을 제안했다. "제주에서 오프로드를 즐긴다고?"라고 반문했지만, 결국엔 따라나섰다.

지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제라진 오프로드(제주시 조천읍 선흘리)다. 사람도 걷기 힘든 숲길을 '지프'로 누비는 관광상품이었다.

광고계에 몸을 담았던 한초이 대표가 제주로 이주하면서 이 상품을 만들었다. 평소 취미생활이던 오프로드 드라이빙을 상품화했단다.

총연장은 6.5㎞이며 코스는 16개에 달했다.

"평소 오프로드를 경험해본 분 있냐"고 묻는 한 대표에게 "저요, 필리핀에서 체험해봤어요"라며 자신 있게 손을 들었고, 비장한 각오로 차에 올랐다. 

그러나 이게 웬걸.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야생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퀴가 크고 폭이 넓어 웬만한 험지도 쉽게 돌파한다는 차 안에서 우리는 경사가 급한 비탈과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내달릴 때마다 온몸을 들썩였다. 테마파크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도 이처럼 고성을 지르진 않았을 것이다.

운전자는 이를 즐기기라도 하듯, 더 강렬하고 스릴 넘치는 경험을 안겨주었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동안 우리는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풍광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못 근처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떼는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고, 우리는 이곳까지 오르는 동안 얼마나 짜릿했는지에 대해 저마다 경험담을 쏟아내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다양한 콘셉트를 찍는 멋진 사진은 덤이었다. 

코스를 주파하는 동안 비탈을 오르내릴 때마다 온몸에 전해오는 박진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전율이 흘러넘쳤다. 감히 자신 있게 얘기해본다. '내 생애 최고의 오프로드'를 경험했다고. 

제주에서 보낸 하루는 특별했다. 제주여행을 밥 먹듯 갔다고 자신했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생경한 체험을 했다. 그 체험을 통해 얻은 즐거움과 감동은 그 어떤 여행보다 진하고 달콤했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체험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천연기념물 제441호로 지정된 제주 수산리 곰솔. 수령은 400년에 달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수산리 곰솔 옆에 자리한 수산봉 남쪽 저수지 [사진=기수정 기자]
 

수산리 곰솔 옆에 자리한 수산봉 남쪽 저수지 [사진=기수정 기자]
 

노마드 투어가 끝나면 제주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한 밥상을 받아볼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노마드 투어 중간에 만난 초당 옥수수. 따자마자 한 입 먹었을 때의 단맛이 일품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서귀포 치유의 숲 데크에 누워 바라본 풍광. 길게 뻗은 나무가 내리쬐는 햇살을 막고 시원함을 선사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흙길을 걷고 난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 몸에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는 듯하다. [사진=기수정 기자]
 

제라진 오프로드 체험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이국적인 풍광을 렌즈에 담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제라진 오프로드 체험 중간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바라보는 풍광은 꽤 이국적이다. [사진=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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