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싸움터 된 홍콩...달러 페그제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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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6-0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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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금융허브 지위 잃으면 HKMA 달러 페그제 부담↑

  • 일각선 "홍콩, 달러 페그제 버리고 위안화 페그제 갈 수도"

  • 주류 관측통, "달러 페그제, 이번 위기도 결국 버텨낼 것"

홍콩의 달러 페그제의 운명이 기로에 섰다. 미국과 중국 간 첨예한 갈등 속에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페그제의 존립이 다시 위협받고 있는 것.

홍콩이 중국과 국제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통로인 만큼 달러 페그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주류 관측통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달러 페그제가 붕괴하거나 위안 페그제로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홍콩은 최근 미중 갈등의 대표 싸움터로 떠올랐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하고, 미국이 응징 차원에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경고하면서 홍콩은 유례없는 지정학적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홍콩 반환 후 홍콩에 특별지위를 부여해 중국 본토와 달리 관세, 비자, 여행, 투자 등 다양한 부분에서 특혜를 제공해왔다. 이는 홍콩이 국제 상업·금융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때문에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국제 금융허브라는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론 달러 페그제는 미국의 특별지위 부여와 관계없이 홍콩의 의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면 자본 이탈이 심화해 홍콩 당국이 달러 페그제를 유지하는 데 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이와증권의 케빈 라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 코로나19 유행,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 경고 등 잇따라 터진 악재들을 거론하면서 "홍콩 금융시스템이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자본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홍콩인 자산가들은 최근 영국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도 총재산의 절반 이상을 영국·캐나다로 옮긴 상태다.

미국 달러 사재기 조짐도 포착됐다. 지난주 홍콩 중심구역 환전소에서는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수백 명씩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환전소 곳곳에서 달러가 바닥 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주류 관측통들은 수십년 동안 지속된 달러 페그제가 이번에도 위기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 국제 금융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홍콩의 역할은 독보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이 지난 1일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더라도 국제적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달러 페그제 수호 의지를 거듭 드러내면서 "홍콩 금융 시스템은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시스템과 긴밀히 통합돼 있기 때문에 우리 금융 시스템이 타격을 받으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 시장에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홍콩 달러가 달러와 분리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보도했다. 

세바스티안 갈리 노르디아자산운용의 선임 거시 전략가는 "앞으로 4~8주 안에 홍콩 달러가 중국 위안화에 페그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달러 시스템 노출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카일 배스는 달러 페그제에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까지는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홍콩달러를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콩 중앙은행 격인 HKMA는 달러 페그제를 통해 달러·홍콩달러 환율을 7.75~7.85홍콩달러에 고정하고 있다. 상단이나 하단이 뚫릴 움직임을 보이면 HKMA가 보유한 홍콩달러를 사고파는 방법으로 페그제를 지탱한다.

최근 2개월 동안 환율은 최하단에서 유지됐다. 그만큼 HKMA가 홍콩달러 가치를 범위 내에서 강하게 지켜내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HKMA가 보유한 외화보유액은 44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우리나라보다 약 10%가량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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