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First Korea!] 대한민국의 변화상⑤ 감염병 반복 우려 커져 원격진료 대중화 빨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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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05-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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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원격진료 한시 허용...편의성 확인

  •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연평균 21.3% 성장 전망

"어머니, 아이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흐르는 찬물에 화상 입은 부위를 씻겨주세요. 옷을 벗기다가 자칫 피부를 손상할 수 있으니 옷은 벗기지 마시고요. 15분 후에 119 구급대원이 집에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계속해 주세요."

조직이 손상돼 피부 이식을 받을 뻔했지만, 초동 대처를 잘해 흉터로 끝날 수 있었다. 의료진의 원격진료 덕분이다.

물론 당장 이런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선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진료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해외에선 되는 원격 진료, 우리나라는 '의사 대 의사'만 가능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영상통화 등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진찰하고 치료받는 방식이다.

미국·중국·일본 등 다수 국가에선 원격진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에서는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원격진료는 1988년 첫 시범사업을 시작한 후 본사업 없이 지금까지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오류로 인한 의료사고, 고가의 의료기기 장비 구매 부담, 대면 진료 대비 의료품질 저하, 개인 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 우려 등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행 의료법상 원격진료는 의사와 의사 간에만 할 수 있다.

예외가 있긴 했다.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다. 20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올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했을 때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게 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자 의료시스템이 마비됐다. 주기적으로 내원해야 하는 사람들은 감염에 대한 공포로 내원을 기피했다. 이때 원격진료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비대면 진료의 긍정적인 부분은 명확히 확인됐다. 감염 증상자와 의료진의 대면 접촉을 막아 의료진을 보호하고, 병원을 찾는 다른 환자들의 감염 우려도 낮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병이 있는 사람이 약을 먹을 때 굳이 병원까지 찾아가지 않고 약을 받는다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고통을 참는 일을 줄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원격진료는 고립된 도서 지역이나 원양어선, 군부대, 교도소 등과 같이 의료인이 상주하지 않는 곳에서 빛을 발했다.

의료비 절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선 대면진료 1회당 평균 비용이 115달러다. 원격진료 1회 평균 비용은 38달러로 대면진료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감염병 주기적 반복 우려··· 원격진료 대중화 빨라질 것

코로나19로 원격진료 필요성이 커졌지만 갈 길은 멀다. 의료계의 강한 반대 때문이다. 원격진료를 시행하면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학병원으로 더 쏠려 중소형 병원이 파산하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기준을 바로잡아야 할 부분도 많다. 원격진료 후 오진이 발생하면 의사의 의료 과실인지, 기기 결함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개인 의료 정보에 대한 사이버 해킹과 정보 이용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료=IBK투자증권 제공]

이런 우려에도 원격의료의 대중화는 중장기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지난해 460억 달러에서 2026년 1760억 달러로 연평균 21.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누그러지며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일각에선 올가을이나 겨울에 코로나19가 다시 활개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의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2차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 플루, 메르스, 코로나19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을 낮출 원격의료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그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 원격의료 시행을 결론지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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