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만명 등교하는데...보건교사 없는 학교 1741곳ㆍ유치원은 1명

임기훈 기자입력 : 2020-05-25 15:27
예산 거절당하고 조치 못한 학교 수두룩..."3만명 채용" 땜질 행정 논란 전문가 "3분의 2 등교 분산 효과 없어"…학부모 "꼭 해야 하나" 좌불안석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있다. 인근 미술학원 강사가 코로나 19확진 판정을 받자 해당 초등학교는 긴급돌봄 등을 전면취소하고 학교를 폐쇄했다.[사진=연합뉴스]

초·중·고교 7곳 중 1곳꼴로 보건교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27일 유치원, 초1~2 등 약 237만 학생이 등교하는 상황에서 학교 현장 방역에 걱정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긴급히 방역 보조 인력과 보건 전문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각 시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1만1943개교 중 1741개교에 보건교사가 1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교사 1명이 1000명 넘는 학생을 맡는 경우도 다반사다. 학생 수 1000명이 넘는 학교는 서울에만 177곳이다. 코로나19 방역이나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치원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전남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유치원 8837곳에 보건교사는 1명에 불과하다. 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도 49명에 불과하다. 관련법에 유치원은 보건교사를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병설 유치원을 운영하는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초등학교 소속인 보건교사에 유치원까지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효과도 낮고 업무부담도 과해 포기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보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최근 각 시도교육청에 보건 인력을 확충하라고 지시했지만,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과 등교가 임박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경기도에 과대 학교 26개교의 보건 인력과 방역 도우미 채용 예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기존 인력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22일에서야 학교가 보건 강사를 채용하면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내 과대 학교 177개교 중 조치가 취해진 곳은 102개교에 불과하다.

‘땜질 행정'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4일 3만여명의 방역 및 생활지도 인력을 학교에 투입해 등교 수업 개시 후 일선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발표했다. 방과 후 학교 강사, 퇴직 교원, 시간 강사 등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장 보건교사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국보건교사회 관계자는 “보건 전문가가 아닌 방역을 돕는 수준”이라며 “여러 학교에 다니는 방과 후 강사가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 “등교 꼭 해야 하나” 학부모 반발 커져

학교와 유치원의 효과적인 방역이 미심쩍어지자 교사와 학부모들은 재차 등교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국민청원은 25일 오후 12만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고등학교 보건 교사라는 작성자는 고3 학생들도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치원과 초등학생의 등교는 무리라는 의견을 냈다. 최근 한 사교육업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 71.6%가 '등교 이후 체험 학습을 신청해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겠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이른바 ‘3분의 2 이하 등교’ 지침의 실효성도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하는 지역에서 등교 인원을 제한하기 위해서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지만, 학생 분산을 위해선 더 효과적인 방안을 찾거나 방역에 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밀집도를 낮추려면 등교 인원을 더 줄여야 한다”며 “3분의 2나 학교에 오는데 분산의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돌봄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3분의 2 등교 인원은 돌봄 인원도 포함한 것이다. 맞벌이, 한 부모 등 일부 학부모들은 3분의 1에 해당하면 누가 돌봄을 해줄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수업이 끝난 후 또는 원격수업 시 맞벌이 가정이나 한 부모·조손가정 등 가정 돌봄이 어렵거나 돌봄이 꼭 필요한 유아 대상으로 돌봄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감염을 걱정해 등교를 원하지 않으면 최장 20일 내로 쓸 수 있는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등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체험학습 기간은 수업받은 것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등교 선택에도 부정적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20일은 수업일수 기준으로 약 한 달인데 그 안에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일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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