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의 또다른 이름, 코로나] ①"인류애는 어디에?"...코로나 각자도생이 아프리카 '붕괴' 불러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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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5-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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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은행 "100개국 6000만명, 극도로 빈곤...39개국은 사하라 이남"

  • UN "코로나 사태 여파에 1억3000만명 추가 기아...2배 가까이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바라보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빈곤과 기아, 굶주림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은 자국의 코로나19 사태 수습에 매몰되며 국제 협력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경제적 피해를 넘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구호 식량을 섭취하는 어린이들.[사진=EPA·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빈곤국가에 대출과 보조금을 제공하는 세계은행(WB)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서 600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극도의 빈곤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코로나19 긴급 지원 관련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생계 수단이 파괴되고 의료 체계가 압박받고 있다"며 "세계 최빈국들의 빈곤을 완화하려는 지난 3년간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5%까지 위축될 것으로 보고 향후 15개월 동안 빈국에 코로나19 대응 자금으로 1600억 달러(약 196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긴급구호 대상 국가에 해당하는 100개 국가에는 전 세계 인구 70%가 살고 있고, 특히 이 중 39개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한 달 전에도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적 빈곤이 증가해 올해는 역사적으로 불평등의 폭을 넓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경제적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 활동 역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 소속의 세계식량계획(WFP)은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최소 2억6500만명이 기근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된 여파로 전세계 30여개국 1억3000만명이 추가로 기아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앞서 발표한 세계식량위기보고서의 2020년 예상치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세계식량위기보고서2020에는 16개 기관의 2019년 세계식량위기에 관한 분석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55개국 1억3500만명이 긴급한 식량 불안 상태를 겪었고, 이 중 50% 이상이 아프리카 대륙에 몰려있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에 7300만명, 아시아와 중동에 4300만명,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에 1850만명, 유럽에 50만명 정도다. 국가별로는 예멘 1590만명, 콩고민주공화국 1560만명, 아프가니스탄 1130만명 등이다.

실제 세계 곳곳에서 농산물 수출 제한에 대비해 쌀과 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고, 동시에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지자 주민들은 소득이 감소해 비싸진 식료품을 구매할 여력이 줄어들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는 2월 이후 밀 가격이 62%, 지역 주식인 아열대 작물 카사바 가격도 41%나 폭등했다. 남수단은 오랜 내전을 종식하기 위해 최근 새로운 통합 정부를 수립한 상태지만, 이 같은 식량 위기가 남수단을 다시 내전 상태로 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잦은 분쟁과 기아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악순환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영양 부족과 면역력 약화 등으로 전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환경 탓이다.

굶주림이 심한 공동체는 기본 건강 상태가 악화한 상황에서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경제 활동에 나서야 하고, 다시 활동 확대는 감염 확산을 불러온다. 이에 더해 국제 사회의 식량 공급이 중단해 기근까지 발생한다면 무력 충돌과 폭력도 늘어나며 사회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구호식량을 배급받아 돌아가는 아낙네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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