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OK, 5K 나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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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주 닉스 대표
입력 2020-05-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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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재난 시 국가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당수의 회사가 도산하고, 많은 실직자가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줄어든 손님으로 개업 이래 최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도 쌓여가는 재고로 당기 순손실을 피해갈 수 없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처음 예상과 달리 장기화할 조짐이다. 국내뿐 아니라 범지구적 위기로 모든 생활의 패턴을 바꿔 가고 있다. 코로나19는 고통을 한 군데에 국한하지 않고 삶 전체로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

경제와 정치·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위기가 지속할 때, 경제적 수입기반이 약한 계층은 큰 타격을 입는다. 그중에서도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인 차상위 계층과 독거노인, 장애우 가정,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은 가장 힘든 시기가 되는 것 같다. 한국은 비교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일정 부분 요건의 밖에 비켜나 있는 이들에게는 경제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안전망 사각에 대한 배려는 사회조직원의 자원적인 도움과 희생이 있어야 가능하다.

약 30년 전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가슴 아픈 일화를 접한 적이 있다. 60세가 다 된 일용직 근로자의 사연이었다. 50대에 결혼해서 늦은 나이에 귀중한 첫 딸을 얻게 됐으나, 그 아이가 7살이 됐을 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에게 혈액암이 발병했다는 것이다. 항암 치료에 드는 비용이며 제반 생활비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이의 건강상태였다. 아이는 독한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져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7세 아이는 통닭이 먹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통닭을 사서 아이를 만나러 갔다. 병원은 서울이었고, 직장과 집이 있는 삶의 터전은 거리가 먼 지역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울 지리와 상황을 잘 모르는 아버지는 몇 시간이 걸리는 이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가까운 통닭집에서 닭을 사서 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어버린 닭과 아버지의 굵게 파인 주름진 얼굴이 교차되면서 어린 나이지만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는 닭이 차갑다며 아버지에게 핀잔을 주었다. 왜인지 그 투정이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지난주 목요일 서울의 종각역에서는 한 비영리 자선단체를 통해 노숙인들을 위한 저녁식사 나눔이 있었다. 매주 목요일 진행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동안 봉사활동 또한 주춤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전한 채비를 하고, 몇몇 봉사자들이 자원해 다시 모여 저녁식사를 전달했다. 우연히도 그날 메뉴가 통닭이었다. 노숙인들을 위해 51마리 통닭을 자비로 구매해 달걀과 함께 나눠드렸다. 51개의 통닭은 자동차 트렁크를 꽉 채웠다. 그러나 그 끝을 보는 것은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은 후였다. 닭의 숫자가 모인 인원수에 비해 모자라서 삶은 달걀만을 나눠 드렸다. 한 노숙인은 그 달걀을 집어던지고 발로 밟아 으깨며 통닭을 달라고 항의를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이 30년 전 보았던 아이의 모습처럼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졌다. 그 딸아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던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돼 오는 것 같았다.

삶과 인생 가운데 시간이라는 큰 무대와 환경이 제공된다. 나라가 아무리 잘해도 사회적 약자는 끊어질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자선 또한 끊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목요일마다 노숙인에게 음식을 드리는 이들은 자신들의 사역을 '5K 운동'이라고 한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반경 5㎞만이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것을 여러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진심으로 훌륭한 생각이라 느껴졌다. 저마다 삶의 반경 5㎞ 안에서 서로를 돕는다면 굶거나 힘들게 오늘을 사는 사람이 줄어들고 희망을 얻는 사람은 늘어나지 않을까? 그들의 긍정적인 운동을 응원하며 선한 영향력을 기대해 본다.
 

[김유주 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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