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력항공사 잇단 파산... 도미노 우려 속 속내 감춘 기업·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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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5-2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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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이비 이어 타이항공도 파산 수순

  • 정부 지원 기간·대상 고민, 기업 버티면 ‘승자독식’

태국 최대 국영항공사이자 세계 최고 항공사 10위로 꼽히던 타이항공이 파산 수순에 들어갔다.

국적기 항공사가 처음으로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의 충격이 더욱 크다. 코로나19발 글로벌 항공업계 붕괴의 현실화에 칼자루를 쥔 정부가 어떤 방식이든 결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플라이비 이어 타이항공도 파산 수순
태국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18일(현지시간) 정부가 타이항공의 재활 계획을 승인해 태국 중앙파산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나루몬 피노신왓 정부 대변인은 이날 “이번 절차는 그간 재무부가 타이항공에 581억 바트(약 2조2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기업구제패키지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며 “타이항공의 대출 상환 마감일이 5월 말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재무상황으로 상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타이항공의 파산은 누적된 적자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불러온 결과로 분석된다. 타이항공은 현재 920억 바트(약 3조5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약 78%가 채권투자자들에 대한 빚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목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로 자신들의 존망이 정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줬다는 점이다. 태국 정부가 끝까지 지원했다면 어떻게든 파산은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재원을 투자해도 자금을 회수할 방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 파산 절차에 들어간 유럽 최대 규모 지역항공사이자 영국의 대표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비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플라이비는 지난해 경영난으로 인해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란틱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의해 인수됐다. 이후 1억 파운드(약 1510억4000만원) 이상이 투자됐지만 코로나19로 결국 무너졌다. 영국 정부의 긴급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속도를 앞당겼다.

이 같은 글로벌 항공사들의 위기는 너나할 것 없이 비슷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글로벌 항공사들의 매출 손실을 최대 1130억 달러(약 133조8000억원)로 보고 있다.

◆정부 지원 기간·대상 고민, 기업 버티면 ‘승자독식’... 서로 다른 속내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지원해야 할지와 ‘어느’ 기업을 포기해야 할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에만 최대 6조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고용 유지와 기간산업 보호라는 명목 하에 수조원대의 지원에 나섰지만 약속했지만,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신규업체의 난립 등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가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정부가 이들을 다 살리고 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 항공사들의 붕괴도 시작됐다. 대한항공 등 8개 국내 항공사의 1분기 실적(이하 별도기준) 매출은 총 4조22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8229억원)과 비교해 27%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으며, 당기순손실도 1조5491억원으로 전년(17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급등했다. 대한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1124%로 전년 동기(814%) 대비 310%포인트 높아졌다. 인수를 앞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부채비율이 1만6872%로 전년 동기(1387%) 대비 폭증했으며, 자본잠식률은 94%에 이른다. 최근 인수 진행이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2분기와 하반기에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와중에 국내 항공사들은 원가도 나오지 않는 ‘항공권 가격 낮추기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는 자존심도 속내에 있다. 특히 살아남은 곳은 '승자독식'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좋을 때는 오히려 협력관계가 유지됐지만 요즘은 누구하나 더 망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남는 자가 정부 지원은 물론 코로나19 이후 시장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3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출국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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