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정 총리 "5·18 희생자 恨에 시선…숨겨진 진실 역사 심판대에 올려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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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5-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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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균 총리,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SNS 메시지

  • "민주유공자, 유족 가슴 아프게 하는 왜곡, 폄훼 없어야"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속 문구를 인용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술 규명을 촉구했다.

정 총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숨겨있는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며 “이제 그분들의 오래된 한(恨)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 주말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다시 꺼내 들었다면서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의 애통함이, 피눈물이 책을 온통 적셔온다”고 했다.

정 총리는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던 그 날, 광주 시민들은 대치 중인 계엄군에게 ‘돌’ 대신 ‘밥’을 던졌다”며 “완전무장한 헬멧 속에 감춰진 계엄군 눈빛에서 우리 아이들의 눈빛을 봤고, 그래서 그 굶주림이 찐했던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5월의 광주 정신은 그랬다. 자기를 넘어뜨리려는 서슬 퍼런 칼날에도 향을 묻히고 온기를 심었다”며 5·18 민주화운동 진실 규명이 살아 남아있는 자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2일부터 이뤄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착수를 언급하고, “최초 발포 경위와 계엄군의 헬기사격, 민간인 학살, 인권 유린과 행방불명 등 미해결 과제가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왜곡 없이 기록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는다는 각오로 적극 협조하겠다”며 “오랜 시간 쌓인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광주 5·18 영령들과 광주 시민들의 희생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며 민주유공자와 유족들을 향한 왜곡과 폄훼를 멈춰줄 것을 주문했다.

이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MBC-TV가 녹화방송한 ‘5·18 40주년 특별기획-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서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관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여러 가지 폄훼에 대해서까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정 총리는 “피로써 민주주의를 힘겹게 전진시킨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40년 전 그날의 슬픔을 넘어 오늘의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며 “5·18 민주광장에서 개최되는 기념식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뒤 이날 오전 10시 처음으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렸다. 기념식의 주제는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난다’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음을 정 총리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의 애통함이, 피눈물이 책을 온통 적셔옵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입니다.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에서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던 그 날, 광주 시민들은 대치 중인 계엄군에게 ‘돌’ 대신 ‘밥’을 던졌습니다. 완전무장한 헬멧 속에 감춰진 계엄군의 눈빛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눈빛을 보았고, 그래서 그 굶주림이 짠했던 것일까요? 5월의 광주 정신은 그랬습니다. 자기를 넘어뜨리려는 서슬 퍼런 칼날에도 향을 묻히고 온기를 심었습니다.

이제 그분들의 오래된 한(恨)에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아직도 숨겨있는 5․18 민주화운동의 실체적 진실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한때 불의(不義)했던 국가의 폭력이 그분들께 용서를 구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살아 남아있는 자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2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본격적인 조사 착수에 주목합니다. 최초 발포 경위와 계엄군의 헬기사격, 민간인 학살, 인권유린과 행방불명 등 미해결 과제가 명명백백히 밝혀지고, 왜곡 없이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바로잡는다는 각오로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습니다.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작가 한강은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힙니다. 더이상 민주유공자, 유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왜곡과 폄훼는 없어야 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광주 5·18 영령들과 광주 시민들의 희생 위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피로써 민주주의를 힘겹게 전진시킨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40년 전 그날의 슬픔을 넘어 오늘의 각오를 새롭게 다집니다.

잠시 후 10시 5·18 민주광장에서 개최되는 기념식이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방역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사진=정세균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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