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큰손들, "인플레이션이 온다...금 투자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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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5-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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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주름잡는 헤지펀드 큰손들이 잇따라 금 투자에 나섰다. 천문학적인 돈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는 데에는 금만한 게 없다는 평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 맞서 유례없는 통화·재정 부양책을 퍼붓자 월가 거물들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징 자산인 금에 몰려들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에는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세운 억만장자 폴 싱어, 그린라이트캐피털을 세운 데이비드 아인혼, 오데이자산운용 창업자인 크리스핀 오데이 등 헤지펀드 큰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오데이는 최근 "금은 쏟아지는 통화 부양책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도피처"라면서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베팅해 수익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금은 3월 말 기준 오데이유럽펀드가 보유한 자산 가운데 비중이 세 번째로 컸다.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4월 투자노트에서 "최근 몇 달 동안 금값이 상당폭 올랐지만 여전히 가장 저평가된 자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저금리, 금 채굴 차질, 중앙은행들의 돈풀기는 "말 그대로 금값을 몇 배 더 뛰게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16% 넘게 올랐다. 18일 아시아 시장에서 금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온스당 1769달러를 웃돌고 있다. 7년 만의 최고치다.

월가 큰손들이 금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필두로 중앙은행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가치가 변하지 않는 금의 안정성과 매력은 한층 빛을 발한다.

이런 베팅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폭탄에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며 금 투자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표적인 금 강세론자였던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은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면서 "가치가 있는 건 오직 금"이라고 주장했었다.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2008년 초 온스당 900달러 대에 거래되던 금값은 2011년 온스당 1921.17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폴슨이 예상했던 어마어마한 인플레이션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금값은 꾸준히 내림세를 걸으면서 2016년 온스당 1000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이번에도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투자자들의 중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5년 후 5년 만기 인플레이션 스와프 금리는 현재 1.8%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2008년과 지금은 다르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각국 정부들이 앞다퉈 재정부양을 쏟아내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공급망이 붕괴 위험에 처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값 추이 [그래픽=인베스팅닷컴]


블랙록에서 20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관리하는 루스 코에스터리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 투자의 이유를 현재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찾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금리가 낮을 때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도 낮다는 것. 물가상승률이 가속하지 않아도 현재처럼 기준금리 전망이 제로 수준이거나 마이너스일 경우 금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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