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원칙과 훈민정음체 사이에 선 '​광화문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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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0-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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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모임 "현판, 훈민정음체로 바꿔야"

  • 문화재청 "1865년 고종 중건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야"

14일 오후 경복궁 인근에서 ‘광화문현판을훈민정음체로 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광화문 현판 바꾸기 운동 기자간담회에서 훈민정음체로 축소 제작한 현판 실물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 시민모임이 한자로 새겨진 ‘광화문(光化門)’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바꾸자는 주장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복원 원칙에 따라 경복궁 복원이라는 전체 틀 안에서 1865년 고종 중건 당시 모습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시민모임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자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체로 바꾸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재준·강병인 공동대표와 유영숙 세종사랑방 회장이 참석했다. 시민모임은 이날 2분의 1 크기로 시험축소 제작한 한글 현판을 공개했다.

강 공동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 광화문 현판 글씨는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며 훈련대장 임태영이 쓴 글씨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작고 오래된 사진을 근거로 확대하고 다듬은 글씨인 만큼 원형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공동대표는 "'문화광'(門化光) 현판을 한글의 첫 모습인 '훈민정음체'로 바꿔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되찾고 대한민국의 얼굴을 바로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세종대왕 탄신일인 15일부터 운동을 전개해 현판이 교체될 때까지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글날인 오는 10월 9일까지 정부가 현판을 교체하기로 공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 8일부터 온라인서명 운동도 전개 중이다.

한 공동대표는 "광화문 현판 문제는 문화재청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며 "그동안 시민과 충분한 논의의 장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화문 현판을 둘러싼 문제는 10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 문화재청은 2010년 8월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한 '門化光' 현판을 복원 설치했다. 하지만 현판이 균열됐고, 4개월만인 12월 문화재위원회는 사적분과를 열어 현판의 재제작을 결정했다.

이후 '한글 현판'과 '한문 현판'에 대한 논의가 거세졌다.

문화재청은 2011년 12월 전문 기관에 의뢰해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3000명을 전화조사, 4대궁 및 종묘방문객 2000명을 대인면접조사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한글이 좋다는 의견이 58.7%로 한자(41.3%)가 낫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광화문 현판에 대한 전문지식 결여 등을 이유로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2012년 4월 열린 현판 글씨 관련 공청회와 2012년 8월과 11월에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자가 낫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이에 문화재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 합동분과는 2012년 12월 27일 심의를 열고, '한자 현판'을 유지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경복궁 광화문은 문화재 복원 원칙에 따라 경복궁 복원이라는 전체 틀 안에서 1865년 고종 중건 당시 모습으로 복원한 만큼 당시 임태영 훈련대장이 쓴 '光化門' 한자 현판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었다. 

문화재청은 올해 상반기에 광화문 현판 단청을 추진하고, 현판은 의미 있는 날을 선정해 올해 안에 교체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관계자는 "한글의 우수성과 상징성에 대해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국내·외에 선양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할 계획"이라면서도 "경복궁 복원공사는 고종 중건 당시(1865년)의 모습을 기준으로 조선고적도보, 발굴조사 결과 등을 활용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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