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택희 해양과학기술원 실장 “10년 뒤 해저도시 열린다, 2030년 기술 확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원승일 기자
입력 2020-05-12 11:2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우리나라 해저도시, 2030년까지 기술 확보

  • 산소, 물과 식량 공급도 가능

  • 에너지·수중로봇 활용 해저도시 건설,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

#. “아침 햇살에 키오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물고기 떼와 눈을 마주쳤다. 키오의 방은 수심이 100m가 넘지만, 햇볕을 받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투명한 돔을 통해 햇볕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바다 속이지만, 해수 담수화를 거쳤기 때문에 염분이 전혀 없다. 어제 수중 드론이 사냥해 온 물고기가 아침 식탁에 올랐다. 아침을 먹고 출근하시는 아빠를 배웅해 드렸다. 아빠는 집 앞 도크(독, 주차장)의 잠수함(자가용)을 타고 출근하셨다.

엄마가 계량기를 살펴보셨다. 우리 집 전기는 바다 위에 설치된 해상풍력기와 수상태양광을 통해 전력이 공급된다. 날씨가 좋지 않을 상황을 대비해 비상전력공급기도 집 안에 설치돼 있다.

출근하려던 아빠가 다시 집에 들어오셨다. 태풍과 해일 때문에 기상이 좋지 않아 육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해저도시로 이사 온 후, 날씨를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엄마가 우리 집은 쓰나미가 발생해도 끄떡없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의 미래 해저도시 모습을 상상한 가상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조선·건설 기술을 감안할 때 10년 뒤인 2030년에는 해저도시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50여년 전 쥘 베른이 해저탐험을 그린 소설 <해저2만리>가 실현될 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중심으로 해저기지 건설 관련 기획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 있는 한택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개발실 실장을 만나 우리나라의 해저도시 현황과 진행 단계를 들어봤다.
 

한택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개발실장[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우리나라 해저도시, 2030년까지 기술 확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 2012년 ‘해저과학기지 건설기술 기획연구’, 2016년 ‘해저기지 건설 운영 기술개발 기획연구’를 각각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 해저기지는 10년 후 수심 51m, 규모 1562㎥로 최장 28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1단계 건설이 가능할 전망이다. 22년 후에는 수심 253m, 규모 1만1720㎥, 최장 77일까지 체류 가능한 2단계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택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개발실 실장은 “우리나라의 조선·건설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2030년까지 해저기지 관련 기술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수심, 탁도, 조류 등을 고려했을 때 해저기지는 황해보다는 동해나 남해 해역이 적절할 것으로 보이지만 입지 선정 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저기지는 육지와 수면이 연결되는 공간과 투입할 에너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수중 구조물로 건설이 진행 중이라는 게 한택희 실장의 설명이다.

한 실장은 “공간적으로는 육지 또는 수면과 연결되고, 육상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형태의 수중 구조물은 현재의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건설이 가능하다”며 “울릉도의 해중전망대가 대표적인데 경북 울진의 국립해양과학관 부대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중전망대도 올해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소, 물과 식량 공급도 가능

해저기지는 바다 밑에 인간과 동물, 생태계가 사는 또 하나의 도시를 의미한다.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산소와 물, 식량 공급이 가능할 때 해저도시는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다.

한 실장에 따르면 에너지와 공간이 육상과 연결돼 있는 수중 구조물의 경우 케이블, 수중드론, 잠수함 투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산소와 물, 식량 공급이 가능하다.

수중 구조물이 에너지와 공간이 독립돼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수면 위에서는 해상풍력, 수상태양광발전 등으로, 수면 밑에서는 조류, 파력발전 등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

높은 압력을 견디기 위해서는 수압을 분산시킬 수 있는 돔 형식의 구조물이 유리하다.

식수 공급은 해수담수화 기술을 적용하면 가능하다.

한 실장은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식으로 높은 압력을 가해 농도가 진한 용액으로부터 순수한 물(담수)만 빠져나오도록 하는 역삼투법을 활용할 수 있다”며 “염도가 높은 바닷물에서 순수한 물만 추출해 식수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 담수화를 통해 얻은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도 얻을 수 있다. 물에 전기에너지를 가하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과 조업, 양식을 통해 해저기지 내 식량 확보도 가능하다.

한 실장은 “바다 속에 빛 투과율이 높은 투명 돔을 설치하는 방안이 있다”며 “이탈리아 네모의 정원처럼 바다 밑에서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식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수중로봇 활용 해저도시 건설,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

해저기지 건설에는 에너지, 수중로봇, 심해탐사, 전자통신, 수중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기술과 해양공간 계획 자료를 활용하는 해양융복합기술이 적용된다.

우리나라가 해저기지 건설에 성공한다는 것은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선진 기술을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한 실장은 “해저기지의 건설과 운영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서 개발된 기술과 현재 사용 중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해저기지 건설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재 개발된 기술을 기반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저기지는 포화잠수기술의 향상과 수중 수색기술의 발전을 위한 훈련장으로 활용해 해양안전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한 실장의 설명이다.

한 실장은 “해양사고 발생 시 실종자의 수색을 위해서는 수중 탐색과 잠수기술이 필수적인데 해저기지 건설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며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이 높은 동해에는 해저기지 내 관측망 설치로 조기 경보가 가능, 연안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중해양공원[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