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Corona, First Korea!] 대한민국의 변화상② "어디나 교실이다"…침대 위의 강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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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훈 기자
입력 2020-05-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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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수요 대폭발…사교육이 업계서 주도하며 이미 검증 마쳐

  • 공교육에선 한참 뒤처져 불신 확인…전문가들 "공교육 투자 늘려야"

[자료=에스티유니타스]

[자료=메조미디어]


 
미국의 고등교육 정책 전문가 케빈 캐리는 2016년 저서 ‘대학의 미래’를 통해 ‘어디든 대학이 된다(University of Everywhere)’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네트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그는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저렴한 학비로 질 좋은 교육을 받는 미래를 예고한 주장으로 주목받았다. 예측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특정한 장소에서 수업을 듣는 전통적 교육이 집,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모바일로 수강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탓··· 온라인 교육 폭발적 수요증가

온라인 교육의 출현은 이미 예견됐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유행과 맞물리며 최근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 교육과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른바 ‘비대면 시대’와 맞아떨어졌다. 유년기부터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청년층과 학생들의 선호와 5세대(5G) 이동통신 등 통신기술의 발달도 일상의 온라인 교육을 가속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사교육업체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교육업체 에스티유니타스의 온라인 초등교육 서비스 ‘일간 대치동’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70% 증가했다. 성인 영어강좌 ‘영단기’도 올해 1분기 유료 수강생이 전년 동기보다 379%나 늘었다.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메가스터디도 1분기 초·중등 신규 수강생이 작년과 비교해 67.9%(초등 160.1%, 중등 46.5%) 급증했다.

온라인 강좌뿐 아니라 학습지 기업들의 비대면 상품도 인기다. 비상교육의 초등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 ‘와이즈캠프’의 3월 신규 결제 건수는 작년 3월 대비 185% 늘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학습지의 스마트 서비스인 비대면 화상수업에 참여하는 회원의 비율이 두 달 만에 8배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도 성업 중이다. 직장 내 재교육 전문기업에 따르면 정보통신( IT) 기업 교육 서비스 문의가 1분기 만에 작년의 신청 수를 뛰어넘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청 수는 2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교육은 위기 대처용 대안이 아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보편적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교육에 한참 뒤진 공교육

온라인 교육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교육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육이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이 어려워지고 나서야 서둘러 콘텐츠 개발과 화상수업을 시작한 반면, 사교육업계는 대형학원들이 수년 전부터 인터넷 강의(인강) 시장을 확대해 왔다. 중소학원까지 뛰어든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대형학원 인강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가 넘은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입시업체 진학사의 설문조사에서 고3 답변자 중 70%인 368명은 원격수업이 싫다고 답했다. 집중이 안 되고 수업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교육 시대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에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2010년대 시작된 ‘온라인공개 강의(MOOC)’가 우리나라 시장에선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점을 든다.

현재 전 세계 900여개 대학에서 1만1400개의 공개수업 강의가 등록돼 있다. 사용자는 100만명에 달한다. 원격지에서도 대학강의를 들을 수 있어 ‘침대 위의 강의실’로 불릴 정도다. 반면 한국형 온라인공개 강의(K-MOOC)는 2015년 시작됐지만, 현재 강좌 수는 740여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야 K-MOOC 활성화를 지원한다며 올해 170개 강좌를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 교육 시대가 열린 만큼 공교육 현장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의 경험을 살려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며 “이제라도 공교육은 발상의 전환과 준비,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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