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③SK그룹] 코로나19 백신개발 선제대응...최태원, 또 한번 ‘딥 체인지’

석유선 기자입력 : 2020-05-04 07:55
지배·재무구조 개선..하이닉스 인수로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 '사회적 가치' 창출 新경영전략 강력 추진...구성원 행복 추구 코로나19 위기 계기로 일하는 방식·신사업 모색 박차
“혁신적 변화를 할 것이냐(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

1998년 9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는 현재 그 울림이 재계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SK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성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6월 25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9 확대경영회의’에서 클로징 스피치를 하고 있는 모습. [아주경제 그래픽팀]



◆위기 때마다 절치부심...그룹 전반 ‘체질 개선’ 기회로

‘딥 체인지’ 화두를 던진 최 회장은 취임 이후 무엇보다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2002년 이른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선언하고 그룹 지배구조의 대변화에 착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각 계열사와 그룹의 관계가 지배와 종속이 아닌 SK라는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 와중에 SK그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만한 위기가 닥친다. 2003년 역대 3위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인 SK글로벌 사태와 2005년 소버린 사태가 잇달아 터진 것. 시련 속에서도 최 회장은 SK그룹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통한 지배∙재무∙사업구조 모두 업그레이드해 선진형 기업으로 변모시킨다.

특히 2007년 4월 SK㈜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자회사들의 독립경영으로 경영 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꾀했다. 당시 최 회장은 “시장과 정책의 기대에 부응하고 보다 선진화 된 지배구조를 갖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영어의 몸일 당시에도 SK는 고유한 경영시스템을 갖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 공식출범한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는 산하에 총 7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7개 위원회는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위원장을 맡으며 이 체제에서 각 관계사는 자율적으로 경영행위를 판단하고 책임진다. 
 

2012년 3월 26일, 경기도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내빈들이 SK하이닉스의 본격 출범을 알리고 있다. [사진=SK 제공]



◆최태원, ‘야성적 충동’으로 SK하이닉스 인수...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

그룹 지배구조를 다진 최 회장은 SK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행보에 본격 나선다. SK㈜는 2004년 중국 베이징에 SK중국투자유한공사를 설립, 2010년 SK차이나 법인이 공식출범했다. 2013년에는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과 합작해 ‘SK중한석화’를 설립했다. SK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가장 성공한 한∙중 합작기업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2012년은 SK가 글로벌 기업으로 ‘퀀텀 점프’하게 된 기념비적인 해다. 그해 3월 하이닉스 인수를 마무리, ‘SK하이닉스’가 공식출범한다. 선대회장이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와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이란 그룹 양대축에 반도체라는 제3의 성장축이 마련된 것이다.

하이닉스 인수는 최 회장의 최대 경영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당시 하이닉스 인수를 두고 그룹 내부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팽배했다. 하이닉스는 2011년 4분기 1675억원 적자를 낸 반도체 2위 사업자였다. 게다가 반도체 글로벌 시장은 가격하락이 이어져 경쟁사들도 투자를 줄일 때였고, SK도 전혀 새로운 사업에 메가톤급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당시 최 회장은 “나의 애니멀 스피릿(Animal Spirit : 야성적 충동)을 믿어달라”면서 “회사 발전을 위해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득했다. 사실 그는 하이닉스 인수를 대비해 직접 반도체 스터디 모임까지 만들며 2년여간 반도체 산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결국 최 회장 특유의 뚝심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는 1년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가 말한 ‘야성적 충동’은 오랜 기간 준비한 치밀함과 미래가치를 알아본 혜안, 적기에 승부수를 던진 결단이 총집합 된 산물이었던 것.

최 회장은 2018년 또 한번 딥 체인지에 나선다. 4조원을 투입해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배가시킨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4월 현재 60조원에 달한다. 

 

최태원 SK 회장(윗줄 가운데)이 지난달 27일 화상간담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 앞장

“지금까지는 돈을 버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로 평가와 보상을 했다면, 앞으로는 구성원 전체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

최 회장은 작년 6월 경기 이천 SKMS(SK Management System)연구소에서 열린 ‘2019 확대경영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경제적 이윤 추구보다 사회적 가치(SV : Social Value) 창출, 더 나아가 구성원의 행복을 중시하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로 SK는 최근 수년간 SV 창출을 신경영전략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위기 속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당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SK바이오사이언스 구성원들과 화상 간담회에선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사회적 역할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어떻게 가속화할지, 신규 사업은 어떻게 발굴할지, 투자 전략은 어떻게 재검토할지 현장에서 느끼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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