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 68만건 기밀 유출'... "'집유' 남발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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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0-04-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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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앤장 취업하려 군사기밀 빼돌린 공군 중령 집행유예

  • 25억원 챙긴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 항소심도 집행유예

  • 'USB로 군사기밀 유출' 예비역 육군대령 역시 집행유예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퇴직한 고위급 연구원 60여명이 68만건의 기밀유출 혐의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관행'처럼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기밀 유출의 주원인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지목됐다. 

28일 보통군사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기밀을 유출하고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초범이거나,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수십억원의 대가를 받고도 1심에서 선고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항소심에서는 그 집유기간마저도 감경된 사례까지 발견된다.   

김앤장 취업하려 군사기밀 빼돌린 공군 중령 '집행유예'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던 신모(44) 공군 중령은 전역 후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하기 위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대대창설 관련 자료 등을 유출했다. 신 중령은 2018년 6월부터 두달 동안 공무상 비밀이 담긴 '국방 분야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수차례에 걸쳐 변호사와 검사 등에게 전달했다.

유출한 자료에는 글로벌호크 등 고고도·중고도 무인정찰기 대대 창설과 관련한 수용시설 공사 사항, 공군과 A사 간 F-16D 전투기 최종합의 금액, T-50B 사고 배상에 대해 공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 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고 피고인의 누설 행위로 국가 기능의 장애 또는 군사 목적상 위해한 결과가 현실적으로 초래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5억원 챙긴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 항소심도 집유

공군참모총장이 수십억원의 돈을 받고 기밀을 유출했음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도 있었다.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 S사를 운영한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은 2004년부터 2010년 초까지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국방중기계획 등 공군 전력증강사업과 관련한 2·3급 군사기밀을 12차례에 걸쳐 록히드마틴에 넘기고 25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해 선고했다.

군사기밀이 나중에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개됐고 실제로 국익에 해를 끼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이 공군에 오래 복무한 점 등을 고려했다는 이유였다.

◆'USB로 군사기밀 유출' 예비역 육군대령 집행유예

육군 대령 출신 황모씨는 2005년 3월 설립한 사단법인 안보경영연구원을 통해 미국 군수업체인 NGC(Northrop Grumman Corporation)로부터 한국의 해상 감시정찰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수주한 뒤 국방부 국방개혁실의 김모 중령에게 강의를 부탁하는 방식으로 관련 기밀을 수집했다. 또 황씨는 한국국방연구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하면서 군사기밀 파일 등을 USB를 통해 유출했다.

황씨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금전적 이익을 위해 관련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국외에 유출돼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끼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형법 제80조(군사기밀 누설)는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업무상 과실로 군사기밀을 누설해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례에서 보듯이 사법당국이 기밀 유출사범에 대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실질적 위험이 없었다"는 이유로 온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지석 법무법인 해율 대표변호사는 "법규정이 있지만 이를 엄격히 적용하지 못해 기밀 유출이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법집행을 통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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