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인호 고려대 교수 "데이터 자산시대, 블록체인 주도국이 세계경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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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4-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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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천연자원·데이터…모든 가치가 디지털 자산으로 유통

  • 효율·보안성 갖춘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2018년 10월 미국 크라우드 펀딩 회사 인디고고는 스키 리조트 세인트 리지스 애스펀의 18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객실 자산을 '애스퍼 코인'으로 유동화했다. 코인 하나당 가치는 1달러이며 미 달러,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으로 구매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자산이 '디지털 자산'으로 유통되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실물자산만의 얘기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도 자산화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물이다. 국내 블록체인 연구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며 "블록체인을 주도하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 교수를 만나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배경을 들었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사진=서대웅 기자]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뿌리'"

인 교수는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뿌리'가 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데, 이들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뢰성을 강화하려면 '데이터 분산 관리 기술'인 블록체인이 기반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블록체인을 통한 AI 빅데이터 기술이 강화돼야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 지능형 로봇 등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4차 산업혁명의 나무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자율 자동차나 3D 프린터, 지능형 로봇 등은 열매예요. 열매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통로인 줄기와 기둥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이죠. AI와 빅데이터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느냐예요. 그런데 여기서 딜레마가 하나 발생하게 됩니다.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에요. 아무리 좋은 데이터를 보유해도 보안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열매는 있으나 마나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제공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죠. 블록체인을 4차 산업혁명의 '뿌리'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앙 관리자가 아닌 데이터 제공자들이 직접 관리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은행 거래의 경우, 예금자와 대출자의 거래 내역은 은행(중앙 관리자)이 모두 보관한다. 이 때문에 고객의 거래 내역을 해킹하려면 은행만 공격하면 된다.

반면 블록체인은 보안성이 높다. 예금자와 대출자들의 모든 거래가 거미줄처럼 엮여 처리되기 때문이다. 은행 기능을 고객들이 '분산'해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 사용에 대한 중앙 관리자의 '독점' 현상을 깰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데이터 자산의 독점화 현상을 블록체인이 깰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인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인데, 현재는 데이터를 보유한 특정 플랫폼이 모든 부를 가져가고 있다"며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 제공자가 '데이터 주권'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는 내 건데, 돈은 왜 네가 벌어?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인 페이스북과 알파벳은 고객 데이터를 이용해 돈을 번다. 이들 플랫폼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들에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인들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올리면, 이들 기업은 축적된 데이터로 AI를 강화하고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 수익원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고객들의 것인데, 정작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전혀 없다. '데이터 주권'이 특정 플랫폼 회사에 귀속돼, 해당 기업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에는 값을 매기죠. 소유권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데이터는 누구의 것이냐'라는 물음은 없었어요. 나한테 발생하는 데이터는 내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던 겁니다. 돈이 되는지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회사가 여러 수익모델을 만들어 돈을 벌고 있어요. 여기서 '데이터는 내 건데, 돈은 왜 네가 벌어?'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른바 '데이터 주권'에 대한 문제예요."

데이터에도 주인이 있고, 데이터는 '공짜 자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가공해 돈을 버는 기업들은 개인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이를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스마트 계약과 데이터 거래소, 두 가지 방법으로 데이터 플랫폼이 형성될 수 있어요. 스마트 계약은 플랫폼 기업이 어떤 정보를 어디에 얼마만큼 쓸 것인지 등 조건을 제시하면, 개인들이 데이터를 제공하고 값을 받는 형식이죠. 상호 간 요구사항이 맞아떨어지면 계약이 체결되는 겁니다. 그런데 일일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번거롭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팔듯,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만들어져야 해요. 데이터 가격을 경쟁에 부쳐 시장에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변조의 위험도 없습니다."

◇블록체인 주도해야 디지털 자산혁명 이끈다

인 교수는 이 같은 데이터 패러다임의 변화가 디지털 자산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부가 창출되고, 디지털 자산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시장을 떠받치는 핵심 기술이 블록체인이라고 인 교수는 강조한다. 그가 "블록체인 기술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퍼스널 컴퓨터(PC)가 보급되자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시장을 장악했죠. 이후 모바일 시대로 바뀌면서 구글이 거대 기업이 됐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떻게 될까요. 부가 디지털을 통해 거래되고 보관되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로 바뀔 겁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을 주고받는 인프라죠. 따라서 블록체인 인프라를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에 따라 세계의 부를 거머쥐게 될 거예요."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면 모든 자산의 디지털화가 가능하다고 인 교수는 내다봤다. 예컨대 '63빌딩'을 자산가치를 잘게 쪼개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리츠(부동산투자신탁)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디지털 자산이 블록체인 기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위변조가 어렵고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거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인 교수는 "거래 범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자산도 개인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비단 부동산뿐 아니라 금, 다이아몬드,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과 미술품도 디지털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 지식재산권 역시 유동화가 가능하다.

인 교수는 "미래의 부는 비싼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며 "디지털 자산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 즉 블록체인에 기반한 글로벌 자산 거래 인프라를 누가 먼저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부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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