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판을 뒤엎었다, 그들은 '동학개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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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홍예신 기자
입력 2020-04-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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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30일 동안 14조원어치 팔 때 12조원 사들인 신진 세력

  • 두 차례 금융위기 때 늘 승리했던 외국인 보며 학습효과 축적

  • 비트코인이 친숙한 2030 존버들, 거부감 없이 주식시장에 유입 해석

국내 주식시장의 판이 바뀌었다. 과거 외국인들의 헛기침에 주가가 출렁이던 데서 벗어나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이끄는 주도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효과다. 외국인들이 14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울 때 개인들은 12조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소화력으로 외국인의 투매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시장을 방어했다. 반침략·반봉건을 기치로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개인 투자자를 의미하는 ‘개미’가 더해진 신조어가 나온 이유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5일 이후 지난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팔아치운 금액은 14조7647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들은 12조7885억원을 순매수하며 맞받아쳤다.

개인들의 매수세는 그만큼 주가가 싸졌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가로 주식을 싹쓸이한 외국인들이 승리자였다는 학습효과를 주요 배경으로 풀이한다.

개미들의 투자패턴 변화 외에도 주식시장에선 세대교체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17~2018년 비트코인 광풍 당시 투자에 나섰던 20~30대 ‘존버(오래 버틴다는 뜻의 속어)’ 세대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진입했다. 암호화폐 투자를 경험한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은 어렵고 고리타분한 시장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해석한다. 변동성이 훨씬 큰 암호화폐도 투자해봤는데, 상하한 가격제한폭이 정해져 있는 주식은 부담이 더 적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3월 NH투자증권을 통해 개설된 대면과 비대면 신규 계좌 수는 31만8000개다. 작년 3월 신규계좌(2만2000개)와 비교하면 14배(1345%)나 늘었다. 그중 2030세대의 비중은 76%로 압도적이다. 지난달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 돌풍에도 2030세대들이 중심에 섰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서비스 시작 28일 만에 50만개의 신규 계좌가 터졌다. 이 중 68.4%가 20~30대다.

2030세대의 유입은 투자패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량주인 삼성전자가 ‘떡락(급락의 속어)’하자 매집에 나섰고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존버’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개인들은 3월 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5조19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은 5조원이다. 매수 우위에 개인들이 있었다. 이후 지난 17일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을 넘자 개인들은 이날 하루에만 3902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대부분 차익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0세대의 주식시장 대거 진입은 주식이 이렇게 싼 적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축만으론 내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주식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석한다. 그는 “블로그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주식 투자를 알리는 매체들이 다양해지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털어낸 것도 배경”이라고 했다.

2030세대의 진입으로 ‘주식투자=쪽박’이라는 고정관념 해소와 더불어 금융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센터장은 “예전엔 주식시장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면 2030세대는 과거와 달리 주식 투자에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며 “이들의 시장 진입은 부동산 외에도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산업에 이해를 높여 주식시장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한국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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