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회계부정 스캔들]'중국판 넷플릭스'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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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4-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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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치이, 조작의혹 강력 부인

  • 울프팩 보고서 표본·수치 빈약

  • 적자 지속에 공매도 공격 표적

[사진=바이두]


"사악한 것은 옳은 것을 이길 수 없다. 최후에 누가 이기는지 보자."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계의 최강자 아이치이(愛奇藝)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궁위(龔宇)가 지난 8일 새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미국 투자정보 제공업체인 울프팩 리서치가 아이치이의 회계 조작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주가가 14% 이상 급락한 직후였다.

유료 회원만 1억명 이상인 나스닥 상장사의 비리 의혹에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회계 부정이 사실로 드러난 루이싱(瑞幸)커피와 달리 아이치이를 겨냥한 울프팩 보고서는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기업을 추문에 휩싸이게 만들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공매도 세력의 무리수라는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자.

14일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톈쉬안(田軒) 칭화대 우다커우금융학원 부원장은 중국 기업의 회계 부정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데 대해 "루이싱커피의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졌다"며 "당분간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이 발표하는 통계 수치에 늘 회의를 품어 왔다"며 "다만 루이싱커피와 달리 아이치이의 경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 중 상당수는 울프팩 보고서가 내세운 근거와 논리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37쪽 분량의 보고서는 아이치이가 2019회계연도의 매출액을 80억~130억 위안 늘려 허위로 발표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액의 27~44%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또 가입자 수도 실제보다 42~60% 부풀렸다고 폭로했다. 이 보고서는 아이치이 가입자 1563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고발한 투자정보 제공업체 머디워터스 리서치는 1500명이 넘는 인력을 동원해 중국 내 40여개 도시의 점포를 전수 조사했다. 1만1260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녹화하고 2만5843장의 영수증을 확보했다.

반면 울프팩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3개 도시의 아이치이 회원 1563명을 표본으로 삼았고 이 가운데 613명은 VIP 회원이었다. 아이치이 전체 가입자가 1억69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표본 수가 지나치게 적다.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울프팩은 아이치이와 거래하는 광고회사 2곳,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통계 수치를 수집했다. 이에 대해 류싱량(劉興亮) DCCI인터넷연구원 원장은 "광고회사와 외부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며 "아이치이에 직접 자료 제공을 요청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톈 부원장은 "울프팩 보고서는 준비가 충분치 않고 추산으로 분석한 통계가 많아 보인다"며 "사업 기밀에 해당하는 수치가 많아 공개적으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치이가 공매도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 배경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향후 사업성·수익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탓에 주가를 떨어뜨려 공매도로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아이치이의 총 매출은 29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16% 늘었지만, 적자 규모도 93억 위안으로 11.5% 증가했다. 창업 후 10년간 아이치이가 흑자를 기록한 분기는 단 한 번도 없다.

매출은 느는데 적자가 지속되는 이유는 온라인 속도 경쟁으로 설비 투자에 거액이 투입되는 데다 드라마·예능 등 콘텐츠 판권 가격도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알리바바 계열의 유쿠, 텐센트비디오 등 동종 업계 경쟁자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TV 채널 1위인 후베이위성TV를 등에 업고 있는 망고TV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며 "아이치이도 이 난국을 타개해야 나스닥 상장사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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