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부자vs 착한부자]"건물 가진게 죄?"... 임대인은 '착한 건물주'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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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4-0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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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료 안 깎아주면 '나쁜' 건물주?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갈등 조짐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에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주신 건물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하는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임대인은 '착한 건물주'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고, 임차인은 '왜 우리 건물주는 임대료를 할인 안해주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식이다.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까지 거론하며 착한 임대인 운동을 장려하는 가운데 임대인·임차인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8일 서울 송파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손님은 줄었지만 임대로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버틸만 하다"면서 "착한임대인 운동이 전국에서 난리라고 하는데 우리 건물주는 그런게 1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물주가 평소에 배려해 준 부분도 많은데 뉴스에서 '연예인 건물주가 임대료를 50%할인해줬다', '두달간 월세를 받지 않기로 한 임대인도 있다.'등의 소식을 접하면 원망스럽기도 하고, 상대적 박탈감도 들어 아예 뉴스를 안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작은 중등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B씨도 "강의가 줄었다고 임대료를 할인 받으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혹시라도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할까봐 건물주에게 힘들다는 말도 못 꺼내고 있다"며 "지역 학원 원장들끼리 모이면 저마다 얼마나 임대료를 할인 받았는지 얘기하는데 나는 할 얘기가 없어서 그냥 듣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건물주라고 마냥 속이 편한 건 아니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대출금 때문에 하지 못하는 생계형 건물주들도 많기 때문이다. 퇴직금 대출과 월급, 본인이 소유한 주택의 전세금 등을 끼고 건물을 매입한 소형 빌딩주들은 임대료를 할인해 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임차인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동대문구에 4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4층은 자신이 살고1·2·3층은 임대한 건물주 박씨는 "대출금 원금에 이자,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내야 해 도저히 임대료를 깎아줄 여력이 안 된다"며 "스스로 나쁜 건물주, 죄인이 된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착한 임대인 운동을 장려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부 지역에선 착한 임대인 운동을 빌미로 업체들이 연합해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를 압박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착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분의 절반은 세액공제로 보전해주겠다고 한 것도 되레 임대료 인하 여력이 있는 건물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임대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대인은 "임대료를 깎아주는 게 건물주의 당연한 의무인 것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코로나19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힘든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운동이 최근에는 나쁜 건물주, 착한 건물주로 프레임을 나눠놓고 분열만 조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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