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조정안 4번째 연장…은행들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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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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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쟁조정 결정 내달 6일로 늦춰

  • 코로나 대출지원 핑계 '시간끌기'

  • 시중은행들, 배상 수용 거부 태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이 중소기업에 팔았다가 대규모 손실을 빚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안 수용 시한이 또 한번 늦춰졌다. 코로나19 대출을 지원하느라 바쁘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은행들이 결국 배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은 키코 분쟁조정안 결정 시한을 다음달 6일까지 또 한번 늦췄다. 신한·하나·대구은행이 전날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로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당국에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로써 키코 분쟁조정 결정은 지난해 말 이후 한달 간격으로 네번째 연장됐다. 금감원이 분쟁조정안 수락 기한을 세번 이상 연장한 사례는 키코뿐이다.

은행들이 재연장을 요구한 명분은 분쟁조정안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사외이사가 대거 교체된 데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집중해야 해 조정안을 두고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결국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당장 코로나19 대출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시간 끌기'에 나섰지만, 국책은행조차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권고안을 받아들이겠냐는 것이다.

지난달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계인 씨티은행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마당에 시중은행이 받아들이겠나"고 말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한·하나·대구은행은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며 "결국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환차익을 얻지만, 반대의 경우 손해를 떠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고 줄도산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은행들이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대해 손실액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모두 255억원으로 신한 150억원, 우리 42억원, 산업 28억원, 하나 18억원, 대구 11억원, 씨티 6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배상을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앞서 지난 2월 초 우리은행은 분쟁조정 대상 기업 2곳에 총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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