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이라도...” 여객 빼고 화물기로...눈물나는 항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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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4-0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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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전 세계 항공사들이 운휴 노선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40여개 이상의 항공사들이 빈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사용 중이다. 각 항공사들은 여객기 좌석을 뜯어 공간을 확보하고, 좌석 위에 물건을 차곡차곡 쌓는 등 최대한 많은 물량의 화물을 여객기에 적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여객기를 활용 중이다. 

항공업계는 주기료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고, 코로나 사태로 여객기 운항이 금지된 지역도 운항할 수 있어서 화물기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지난 1월 말부터 의약품이나 마스크 등 의료물자, 우편물 등 해외배송 수요가 늘어나면서 화물 운송료도 3배 이상 상승했다. 

국내항공사들도 여객기의 화물칸을 최대한 활용해 긴급 물량을 실어나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A330-300 여객기를 화물기로 사용해 하루 7~8차례 비행 중이다. 여객석은 비워 둔 채로 화물칸에 최대한 물량을 많이 적재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크기가 작고 무게가 나가지 않는 전자제품, 반도체 등의 물품 실어나르면서, 항공기 개조보다는 화물칸 활용 방법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부분의 물량은 중국으로 배송되고 나머지는 미국, 유럽, 동남아로 분포된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도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 여객기를 화물기로 투입 중이다. 이달 13일까지 인천-타이베이 노선에 의류, 원단, 전기 전자 부품 등의 화물을 6차례 걸쳐 수송할 계획이다.  

일부 항공사들은 아예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 항공사들은 정부 허가를 받아 여객기 좌석을 들어내 바닥에 레일을 깔고 고정장치를 설치했다. 최대한 화물을 많이 적재하기 위해서다. 중국 동방항공은 지난달부터 A330-200 여객기 2대의 좌석을 제거해 화물전용기로 활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에게안항공도 A320좌석을 뜯어내고 화물 적재 공간을 2배 늘렸다. 이스라엘 항공도 B777 여객기 좌석을 뜯어 약 50t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유럽항공사들도 여객기 좌석 위에 승객 대신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방법으로 여객기를 활용 중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드는 좌석 개조 대신에 의자에 물건을 올리는 방안을 활용한 것이다. 유럽연합 항공안전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긴급 물량 운송 수요가 늘어나자 안전 등의 문제로 금지됐던 여객 좌석 위에 화물을 적재하는 방안을 일시 허가했다. 이에 유럽 항공사들은 좌석 시트가 손상되지 않도록 비닐을 씌운 뒤 최대한 공간을 활용해 화물을 싣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최대 75㎏까지 화물을 보관할 수 있는 '3인용 좌석 블록 키드'를 도입해 화물을 가방에 담아 흔들리지 않게 쌓아 올리고 있다. 

한편,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합한 전체 항공 여객 수는 174만3583명으로 1997년 1월 관련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73만6366명)에 비해 95.5% 급감했다.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87%인 324대가 갈 곳이 없어 주기장에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루프트한자 계열사인 오스트리아항공이 여객기 좌석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비닐을 씌운 뒤 화물을 적재하고 있다. [사진 = 오스트리아 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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