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의 명암]① 文 정부 탈핵 3년...‘세계 최고’ 기술력에도 쓰러지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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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4-02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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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AE 첫 해외수출 등 佛·日도 못한 설계 인증 받아

  • 두산중공업 직격탄...원전 관련 협력사, 일감 61% 줄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2017년 6월 19일,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급속하게 추진된 탈(脫)원전 정책으로 유수의 기업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다. 국내 유일 원전 주(主)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수백개의 원전 관련 협력사와 해외수출로 먹고 살던 기업들은 일감이 없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아예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전 산업은 원자로 설계부터 원전 건설, 운전정비, 수명연장, 해체, 폐기물 관리까지 전(全)주기에 걸쳐 있다. 우리나라의 원전 경쟁력은 선행핵주기(건설·운영)에 있다. 한국의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프랑스·일본도 받지 못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았다. 미국 이외 국가에서 NRC 인증을 받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또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 'EU-APR' 표준설계는 유럽 사업자 요건(EUR) 인증을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선행핵주기에 있어서만큼은 ‘월드 베스트’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을 따냈다. 전세계 5개국에 불과했던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훗날 12월 27일은 '원자력의 날’로 지정될 정도로 의미가 컸다. 당시 수주금액만 약 21조원에 달할 정도로 효자 수출 산업이 바로 원전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탈원전을 추진하자 UAE 측이 불만을 제기한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특사로 파견, UAE 왕세제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정부가 국내에선 탈원전을 하자면서 해외 원전 수출은 계속 하겠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커졌다. 정치권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원전 산업계의 아우성은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경영난을 못 견뎌 1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자회사인 두산건설까지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들의 신규 일감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이 입수한 원전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가 맺은 신규 납품 계약 건수는 1105건이다. 이는 탈원전 정책 시행 이전인 2016년 2836건 대비 61%(1731건)나 급감한 규모다.

두산중공업과 계약한 협력업체 수는 2016년 325곳에서 지난해 219곳으로 33%(106곳)나 줄었다.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원전 중소협력업체 106곳이 두산중공업 관련 일감이 끊긴 것이다.

두산중공업 원전 공장이 있어 협력업체가 밀집한 경남 창원시의 일감 절벽은 더욱 심각하다.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협력업체 가운데 두산중공업과 신규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수는 이 기간 87곳에서 57곳으로, 신규 계약 건수는 966건에서 416건으로 급감했다. 3년 새 원전 생태계의 근간인 협력업체의 일감이 반토막 난 것이다.

창원의 원전 관련 기업들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면서 “당초 짓기로 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라도 재개돼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한홍 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면서 “일자리 정부'라던 정부의 무모한 정책 때문에 경제는 무너지고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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