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식 재판장 재판 회피(回避),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 스스로 인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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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기자
입력 2020-03-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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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오 판사 요청 받아들여 다른 판사에게 재배당

조주빈의 공범이자, 미성년자 성 착취 범죄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청소년 사건의 담당 판사인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스스로 재판에서 물러났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피고인의 형사재판을 맡은 오 판사에 대하여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오 판사를 교체해달라’는 국민청원이 40만명을 돌파하자 부담을 느낀 오 판사 스스로 재배당을 요청하였다. 특정 형사사건의 담당 판사가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에 대하여 여론을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재배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30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 판사가 사건을 재배당해달라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하였고, 법원은 법관 등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4호에 따라 사건을 재배당하였다.” 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단독 22부 박현숙 판사에게 재배당되었다.

법관 등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이하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는 법원의 업무처리에 관한 내부 규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행정규칙의 한 형식이다.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는 사건이 배당 확정되어 사건배당부에 등록한 이후에는 11개의 사유만을 재배당 사유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자의적으로 사건배당을 철회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4호는 재판 회피의 원인 등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4조에 근거를 둔 행정규칙이다. 형사소송법 제24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소속법원에 서면으로 재판회피를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 판사는 형사소송법 제24조에 근거한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4호 ‘담당 판사가 배당된 사건을 처리하기 곤란하다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재배당할 수 있다’는 규정을 활용하여 이 사건 재판을 회피하였다.

그렇다면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4호에서 규정한 사건을 처리하기 ‘곤란한 사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하는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 판사는 자신이 진행하여야 할 재판이 여론에 의하여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인식한 듯하다.

이러한 오 판사의 재판 회피에 대하여 법조계 일각에서 “사건을 배당받은 판사가 여론을 이유로 사건을 처리하기 곤란하다고 재배당을 스스로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격”이라며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격언처럼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양심에 따라 재판하면 될 것이지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을 여론을 이유로 회피하는 것은 스스로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 자백하는 행태라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오 판사의 재판 회피 행위는 사법부도 언제든지 여론에 의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한편, 오 판사는 교단에서 공개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교체된 전력이 있다. 그는 2013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재판 관련 실무 강사로 나서 수업 시간에 “로펌에서 필요한 여자 변호사는 세 가지 종류”라며 “부모가 권력자이거나, 남자보다 일을 두 배로 잘하거나, 얼굴이 예뻐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판사라는 직업의 자격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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