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0] 'n번방을 어찌할꼬?' 국회의 낮은 성인지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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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욱 기자
입력 2020-03-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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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가지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이) 갈 거냐”

지난 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심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의 딥페이크 대한 발언이다. 성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발생하자 정 의원 등 법사위 위원의 발언을 두고 국회 '성인지감수성'의 현주소가 드러난 발언이라며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가 25일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입법에 나서고 있지만, 뒷북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n번방 사건 이전부터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이 국회에 제기됐고 입법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는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국회는 지난 5일 졸속 입법이라 비판받는 수준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17% 수준에 불과한 20대 국회 여성 의원 비율 등 남성 중심적 국회 구조에서 비롯된 낮은 성인지감수성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여야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대응이 뒤늦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사건의 책임을 정부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텔레그램 n번방 관련 긴급 현안 질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대책을 점검했다.

최연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회의에서 "이 문제는 그간 국회 과방위에서 매년 국정감사는 물론 회의가 열릴 때마다 위험성에 대해 줄기차게 경고됐던 문제"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늦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n번방 사건에 대해 "대학생들이 잠입 르포해 만천하에 알려진 사건"이라며 "이건 지난해 초부터 공론화된 문제였는데 국가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한 국민적 분노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희상 국회의장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여야에 신속한 입법을 직접 요청했다.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청원이 23일 오후 국회 청원사이트에 게재됐고, 하루 만에 10만명의 동의를 받아 청원이 성립됐다.

이에 문 의장이 전날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개인의 영혼을 갉아먹는 악질 범죄"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이 합당하고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가 즉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총선거를 앞둔 상황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이번 청원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신속하게 입법화해주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회가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드러내고, 사이버 성범죄 등 여성 관련 이슈에 무감각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는 남성 중년 중심의 국회 구조와 정치적 문화를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0대 국회 여성 의원이 1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다 남성 국회의원이다. 법사위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는 요직에는 당내에서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 차지하며 대부분 남성 중년인 경우가 많다"며 "남성 중년의 관점에선 성적 기본권 침해를 인식할 때, 피해의 대상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남성 중심적 고정관념이 깔린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김현영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성인지감수성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발언을 계속했지만, 문제가 된 적이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 원인"이라며 "그동안 성인지감수성을 진작시키지 않아도 정치인으로서 위기에 처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국회의 성인지감수성을 개선할 방안으로 법사위 등 국회 요직에 여성 의원 배치 의무화와 의원의 성인지감수성 교육 제도화를 제시했다.

윤김 교수는 "여성 정치인들 입법 주체로서 여성 정치인들이 더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법사위와 같이 중요한 결정 하는 곳에 반드시 여성 의원들이 많이 분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 역시도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며, 국회 차원에서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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