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의 파르헤지아]일부 교회가 집회예배를 강행하는 7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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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20-03-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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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석예배 이유는 있겠지만, 국민을 주일마다 떨게 할 권리는 없다

방역 소독을 하고 있는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 건물 입구.[사진=연합뉴스]



일요일마다 특별한 공포가 찾아온다. 교회 예배가 있는 주일, 집회를 말리는 정부와 지자체들과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형국이다. 집단 예배 이후에 생겨나는 확진자 러시가 국민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당국의 만류에도 일요일 집회예배가 실시된 곳이 많아, 집단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에서 교회목사 부부를 비롯해 확진자가 60여명이 나오자 교회예배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부산 온천교회,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 경기도 수원 생명샘교회, 부천 생명수 교회 등 개신교 교회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종교집회 자제를 호소하고 온라인집회로 전환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경기도는 감염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교회 137곳에 예배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으며 중앙정부도 지난 21일 종교시설에 대해 15일간의 운영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들이 이를 무시하고 출석 예배를 강행한 것이다.

대체 왜, 교회들은 정부 권고와 국민 불안감을 무릅쓰고 예배를 강행하는 걸까. 여기엔 일곱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다는 게 교회당사자들과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첫째, 개신교의 경우 주일예배가 신앙 척도로까지 여겨지는 교리의 핵심 실천사항이다. 한국교회의 집회예배는, 성경공부와 전도, 기도, 십일조 등 독실성을 담보하는 신앙행위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치는 의식이다. 온라인 예배의 경우, 낯설기도 하거니와 신앙의 소홀로 여겨지는 내부인식이 있는 게 현실이다.

둘째, 목사들과 유력한 장로들의 보수성이 교회 내부 의사결정에 주도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일 예배형식을 바꾸는 것을 대체로 거부한다. 이런 태도는 '교회리더'로서 핵심교리와 전통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의식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신앙은 위험을 먹고 자란다. 위험을 불사해야 시련을 이겨내야 신앙이 커진다는 일종의 역설이다. 즉 신에게 적극적으로 의지할수록 자신들을 바이러스의 위험에서 지켜준다고 굳건하게 믿는 태도가 독실한 신앙과 동일시된다.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더욱 강력하게 신을 믿는 태도가 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를 피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태도로 간주될 수 있다. 이 대목은, 한국 기독교회의 주술적(呪術的) 혹은 기복적(祈福的) 측면과 닿아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넷째, 국내 기독교계는 주도적인 중앙집권적 조직권력이 없는 게 특징이다. 다양한 교단이 서로 수평적으로 존재하고 개별교회 중심으로 행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교회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대처방향을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따라서 일사불란한 '예배방식 전환'을 결정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섯째, 교회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하는 기능이 대체로 강력하지 않다.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목회자는 기존의 방식대로 집회 예배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내부의 분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조심스럽게 예방 행동을 취하면서 예배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예배의 집회가 제대로 진행되어야 헌금 수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다른 방식의 예배를 할 경우, 헌금을 받는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런 변화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집회 예배가 열리지 않을 경우, 재정이 취약한 교회의 경우, 임대료 등 경영 문제가 당장 발생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딱히 전염병 때문이 아니라, 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교회에도 온라인 헌금 제도가 정착해가고 있으며, 코로나19사태가 그것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곱째, 사스와 메르스 때와 비교하는 관점도 있다. 당시 강력한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도 교회 예배는 쉬지 않았다는 점을 든다. 사스나 메르스보다, 코로나19의 감염력이 훨씬 높고 초기 감염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닥친 시련을 과장해서 회피하려는 태도라고 인식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일부에선 '한국전쟁 때도 교회는 쉬지 않았다"며, 전염병을 이유로 예배 집회를 거르는 것은 신앙 태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방역을 실시하고 있는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교회들의 고민은 깊다. 예배 집회를 가진 뒤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 신도들도 피해를 보지만 사회 전체의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예배 강행은 교회 내부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신천지교회의 집회로 촉발된 집단감염 사태가 기독교 이단종교에 대한 강력한 비판까지 낳았기에, 화살이 개신교 교회 전체를 향할 때 향후 입게될 종교적 입지의 치명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천지의 문제와 같은 수준으로 종교전체의 폐쇄성으로 각인될 경우, 한국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이러스 못지않은 치명적인 형태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교회는 국가공동체 안에 존재하며, 종교의 자유 또한 국가가 보장하는 자유이다. 개인의 신앙행위는 자유롭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폐해를 끼치는 경우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상식이다. 예배가 교회 바깥에 공존하는 타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을 높이면서까지 보장받을 자유는 없다. 내부의 이유와 고민이 무엇이든 간에, 일요일마다 국민이 교회의 선택에 불안해 하는 건 부당하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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