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영·프 수감자 석방…"코로나19가 외교의 계기"

전환욱 기자입력 : 2020-03-21 19:43
미·영 수감자 2명 일시 석방, 프랑스와 1대1 교환 서방에 코로나19 '지원 요청 신호' 해석도
이란 당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 정부가 석방을 요구한 이란 내 수감자를 풀어주면서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21일(현지시간) 이란 사법부의 발표와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석방이 확인된 서방권 수감자는 3명이다.

17일 이란·영국 이중국적자인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가 2주간 일시 석방됐다.

랫클리프는 영국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 2016년 4월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돼 2017년 1월 이란 체제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징역 5년 형이 확정됐다.

일시 석방 기간 그는 테헤란의 친정에 머물고 있다. 그의 가족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발목에 전자발찌로 보이는 위치추적 장치를 찼다.

이란이 1년 10개월째 수감 중인 미국인 마이클 화이트도 19일 일시 석방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현재 이란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로 역할을 하는 스위스대사관에 체류 중이다.

화이트는 2018년 7월 이란인 여자친구를 만나러 이란을 방문했다가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모욕하고 여자친구와 찍은 개인적인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받았다.

이어 이란 국영방송은 20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한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범죄인 송환을 앞둔 이란인 잘랄 루홀루네자드와 이란에 수감 중인 프랑스인 학자 롤랑 마샬이 1대1로 교환됐다고 보도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소속 학자인 마샬은 지난해 6월 이란에 입국했다가 국가안보를 위험하게 했다는 혐의로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프레스TV도 양국의 수감자 교환 추진을 보도하면서, 감형으로 프랑스인 수감자를 석방하려는 이란 사법당국의 의도를 고려해 프랑스 정부가 '상호 협력 행동 차원'에서 이란인 수감자를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란 정부가 각 서방 정부의 석방 요구에도 국가 안보와 주권에 관련된 중대 사범이라면서 완강히 거부했다는 점에서 명절 귀휴와 수감자 교환 형태이긴 하지만 주목을 끌 만한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석방에 대해 새해(춘분에 시작)를 맞아 최고지도자의 관용을 베풀었고, 교도소내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이 매우 심각하지만 방역, 치료 여건이 열악한 이란이 서방이 석방을 요구했던 수감자를 석방함으로써 지원을 요청하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은 국제통화기금(IMF)에 코로나19에 대처한다면서 50억 달러(약 6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할 만큼 보건 상황이 급박하다.

IMF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영향력이 큰 만큼 이란으로선 이들에게 유화적 태도를 내비칠 실리적 필요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이 새해 연휴를 맞이해 수감자를 8만여명을 일시 석방하겠다고 하자 17일 "이란이 미국인 수감자를 석방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안다"라며 "그들과 의사소통하고 있고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이란 제재 대상을 추가했지만, 미국으로서는 이란에 다소 '공간'을 내준 셈이다.

인과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란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뒤 미국인 화이트를 '일시로' 석방하는 최소한의 조처로 대응했다.

벨기에의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본부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위기 속에서 중요한 '바이러스 외교'의 창이 열린다"라고 적었다.

바에즈 본부장은 17일 미국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서도 "전염병 위기가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양국은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체면을 살리면서도 선의를 보이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대통령 집무실에서 전국 병원장과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환욱 기자  sot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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