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韓·日에 밀릴 수 없다…중국 배터리왕 CATL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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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3-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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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격적인 투자···2~3년내 생산능력 3배로 늘린다

  • 정부지원, 기술개발 힘입어···6년 만에 세계 1위 배터리왕 등극

  • 中전기차 판매량 7개월째 내리막···공급과잉 우려도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춤’했던 중국 배터리왕의 '반격’이 시작됐다.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은 지난 1월 일본 파나소닉, LG화학에 밀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 3위로 밀려났다. 원래 춘제(春節 중국설) 연휴가 껴 있는 1~2월은 자동차 비성수기인 데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영향을 받으면서다. 실제로 지난 1월 중국 전체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사태로 2주 넘게 쉬고 나서 2월 10일에야 비로소 조업을 재개한 CATL은 곧바로 생산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는 대대적인 투자사업 계획을 공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사진=CATL]


◆ 공격적인 투자···2~3년내 생산능력 3배로 늘린다 

CATL은 지난달 말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의 대규모 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기서 조달한 자금은 공장 건설과 기술 개발에 보탤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와 리양(溧陽), 쓰촨(四川)성 이빈(宜賓), 이들 3곳에 각각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각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16GWh(기가와트시), 24GWh, 12GWh로, 이를 모두 합치면 52GWh에 달한다. 예상 투자액만 160억 위안(46억, 74억, 40억 위안)이다.  이외에 CATL은 앞서 푸젠성 처리만(車裏灣)에도 최대 100억 위안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45GWh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CATL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58GWh였다. 우리나라 LG화학(70GWh)보다 적다. 하지만 이들 4개 공장이 완공되는 2~3년 후 CATL 생산능력은 155GWh까지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71kWh(주행거리 약 400㎞)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2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CATL은 상하이자동차, 이치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과 배터리 공장도 합자 건설해 전문적으로 이들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또 독일 튀링겐 주 현지에 2억4000만 유로(약 3200억원)를 들여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까지 합치면 오는 2023년 CATL의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은 240GWh에 달할 것으로 중국 경제관찰보는 전망했다. 

동시에 CATL은 배터리 기술 연구개발(R&D)에 30억 위안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전기차 발전 흐름 속 나날이 증가하는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키는 한편 선진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CATL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건 그만큼 전 세계 전기차 시장 확장 속 배터리 수요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CATL 생산능력은 약 60GWh에 불과한데,  업체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500GWh에 달한다는 소문도 있다.

실제로 CATL이 배터리를 납품하지 않는 자동차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달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오는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년간 배터리를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에 향후 7년간 56GWh 규모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볼보, 도요타도 모두 지난해 CATL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중국 상하이, 지리, 베이징, 창안, 둥펑, 웨이라이, 샤오펑 등 중국 토종 브랜드, BMW, 다임러, 현대자동차, 푸조시트로엥그룹(PSA), 폭스바겐 등 글로벌 브랜드가 모두 CATL의 파트너다.

그만큼 전 세계가 CATL의 배터리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CATL의 지난 3년간 R&D 평균 투자액은 연간 매출의 7%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CATL R&D인력은 4700명에 육박했으며, CATL이 보유한 특허 기술만 중국 내 1909개, 해외 59개다. 국내외 출원한 특허 기술은 2571개다.

15분 안에 80% 충전가능한 초(超)쾌속충전 기술, 6년·60만㎞ 주행 가능한 배터리수명 초연장 기술, 15분 만에 배터리 온도를 -20℃에서 10℃까지 끌어올리는 기술 등은 모두 CATL이 자체 개발한 것이다. 지난해 에너지 저장밀도(체적당 에너지 밀도)가 304Wh/㎏에 달하는 샘플 제작도 성공했다. 밀도가 높을수록 더 작은 몸집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 정부지원, 기술개발 힘입어···6년 만에 세계 1위 배터리왕 등극

중국 배터리왕으로 불리는 CATL은 지난 2011년 12월 푸젠성 닝더에서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팽창, 전기차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설립 6년 만인 2017년 비야디, 파나소닉, 삼성, LG 등을 제치고 전 세계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CATL 배터리 출하량은 32.5GWh로, 전년 대비 39% 증가해 3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 배터리 사용량의 51%를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 절반이 CATL 배터리로 채워졌다는 의미다. 중국 2위인 비야디와의 격차도 크게 벌렸다. 

CATL은 2018년 6월 중국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창업판에도 상장했다. 기술력 향상과 생산력 확대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다. 상장 첫날 주가는 44%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쳤을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3일 기준 CATL주가는 당시 공모가 대비 5배 가까이 뛰었다. 시가총액은 3000억 위안에 육박한다. 현재 창업판 '대장주'인 CATL의 시총은 중국 양대 자동차기업인 상하이자동차·광저우자동차 시총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CATL의 고공행진에 돈방석에 앉은 건 창업주 쩡위췬(曾毓群) 회장이다. 2018년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이 발표하는 전 세계 500대 부호 순위에 명함도 못 내밀었던 쩡위췬은 지난해 445억 위안 자산으로 270위, 올해는 970억 위안으로 115위로 껑충 뛰었다.  "일본은 리튬배터리 발명했고, 한국이 이를 키웠다. 중국은 세계 일류 배터리를 만들 것”이라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할 정도로 야심있는 기업인이다. 

CATL의 실적도 양호하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보조금 삭감 영향으로 하반기 신에너지차 시장이 위축됐음에도 '선방'했다. 지난해 매출이 455억46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53.81% 늘었다. 순익도 28.61% 증가한 43억5600만 위안을 기록했다.  

각 증권사에서도 CATL을 '강력 추천 종목'으로 꼽는다. 보하이증권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삭감 영향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며 올해와 내년 순익을 각각 55억4200만, 66억1500만 위안으로 전망했다. 은허증권도 올해 CATL 매출이 550억 위안을 넘을 것이라며 매입을 추천했다.  

중국 주식시장에선 '테슬라 테마주'만큼이나 'CATL 테마주'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상하이·선전 증시에 CATL 테마주로 여겨지는 종목은 모두 40여개에 달한다. 특히 올 들어 CATL 테마주는 고공행진했다. CATL에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납품하는 톈화차오정(天華超淨) 주가는 무려 두배가 뛰었다.
 

[그래프=아주경제DB]

◆中전기차 판매량 7개월째 내리막···공급과잉 우려도

물론 CATL의 앞날에 변수도 존재한다. 당장 지난 1월부터 중국에 본격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CATL은 푸젠, 칭하이, 장쑤 등 공장 문을 2주 넘게 닫아야만 했다. 지난 2월 10일에야 비로소 조업을 재개했지만 결국 지난 1월 CATL은 배터리 생산량 1위 자리를 내주고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 거시경제, 전기차 산업정책, 시장 환경 불확실성도 불안 요소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1.6%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삭감을 발표한 이후 신에너지차가 7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 

중국 정부는 최근 시장 악화 속 보조금 지급을 계속하기로 결정했지만 장기적으로는 폐지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CATL도 이미 거시경제 상황 변화, 시장 경쟁 등에 따른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을 공시한 상태다. 

일각에선 공급과잉 우려도 내놓는다. 런완푸 중국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기차 보조금 삭감, 시장 수요 위축에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7개월째 하락하는 등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CATL의 생산확장이 다소 과격하다"며 "공급과잉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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