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타깃은 황운하"··· 룸살롱 황제까지 동원된 검찰의 공작수사

신동근 기자입력 : 2020-02-27 17:22
대법원 확정판결로 드러나...황운하 '부하'라는 이유로 누명써 증거 없이 진술만으로 기소, 4년 만에 무죄확정 판결
'검찰 저격수'로 이름 높았던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전 울산경찰청장). 최근 검사들의 범죄와 검찰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그는 단골손님이었다. TV건 라디오건, 신문지상이던 그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검찰의 가장 아픈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검찰의 눈에는 가시일 수밖에 없었던 황 전 청장. 하지만 검찰은 공식적으로 황 전 원장에 대응한 적이 없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 검찰은 '무시하기' 전략을 채택한 것 같았다. 제3자가 보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검찰을 황 전 청장이 다시 한번 할퀴려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면에 숨겨졌던 검찰의 진면목은 그렇게 점잖지 않았다. 오히려 황 전 청장을 뇌물사건으로 엮기 위해 '표적·공작수사'를 했을 뿐 아니라 '선처'를 대가로 범죄자들로부터 허위진술을 받아낸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의 '표적·공작수사'의 첫 피해자는 박 모 경위. 그는 황 전 청장의 측근으로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 등을 수사한 베테랑이었다.

서울강남경찰서에 근무하던 지난 2012년 박 경위는 동료 경찰이었던 정모씨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씨가 이경백을 비롯한 강남지역 유흥업소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왔는데 박 경위가 이를 알고서도 묵인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당시 정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박 경위를 기소했다. 돈을 건낸 흔적 등 기소사항을 입증할 물증은 거의 없었다. 상당수 법조인들은 '기소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 경위는 1심부터 대법원까지 내리 연속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각 재판부들은 하나같이 "범죄의 입증이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박씨를 모함하는 과정에는 '룸살롱 황제'인 이경백도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검사실에 불려온 모 경찰관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면서 “검찰의 타깃은 황운하다”라고 말했다. 성매매와 뇌물 등의 혐의로 붙잡혀 와 있는 범죄자가 자신을 잡아넣은 현직 경찰관을, 그것도 검찰청 검사사무실에서 회유하고 협박한 것인데, 검찰의 의도가 담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7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황 전 원장은 “당시 직접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나를 타깃으로 했던 내사나 수사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이 사건에서 검찰이 나를 엮어보려고 하다가 실패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검찰의 공작을 이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 그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지고 있으면 타깃을 정하고 없는 죄를 만들어 수사할 수 있다”면서 "이 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는 처음부터 의심스러운 점들이 많았다.

이경백씨와 그에게서 뇌물을 받은 경찰관은 검찰의 묵인 혹은 주선(?)을 통해 수시로 만났다.  '검찰의 타깃이 황운하'라는 등의 언행으로 볼 때 이씨는 검찰의 수사방향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박 경위를 모함했던 경찰관 B씨는 법정에서 “검찰에 소환돼 갔더니 이경백이 있었다”며 “타깃은 형(B씨)이 아니다. 피고인과 황운하가 타깃이다. 형은 걱정하지 말고 검찰에서 물어본 내용에 진술 잘하라. 형이 A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라”고 진술했다.

또 다른 경찰관 C씨는 법정에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을 때 정말 두려웠다. 당시 경찰관이 검찰에 가면 다 구속됐다”며 "검찰에 들어갔더니 이경백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경백은 “형님(C씨)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진술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불법업소에서 받은 돈 중 300만원을 A씨에게 줬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증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B씨와 C씨가 검찰조사에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선처'를 미끼로 한 검찰의 회유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당시 C씨는 유흥업소 운영자에게 1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자백했는데 검찰은 이를 공소사실에서 제외했고 덕분에 C씨는 2014년 조용히 명예퇴직을 할 수 있었다.

그해 검찰이 기소한 것은 박 경위밖에 없었다. 

정황으로 볼 때 검찰은 박 경위를 뇌물혐의로 엮은 뒤 기소를 면하게 해주는 대가로 황 전 청장에 대한 진술을 받아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경위가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황 전 청장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면서 뜻하는 바를 얻어내지 못했던 셈이다. 

경찰대 1기 출신인 황 전 원장은 검찰이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을 보유하고,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게 한 한국 형사사법제도가 기형적이라고 비판하며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개혁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지능범죄수사대·범죄정보과를 이끌며 고위 검찰의 비위정보를 손에 쥐고 있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전담한 수사구조개혁단장을 맡기도 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그의 존재 자체가 껄끄러웠을 수밖에 없다. 

황 전 원장은 지난달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하명수사'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 이외에도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받았다. 검찰로서는 2012년에 하지 못했던 것을 8년여 만에 해낸 셈.

한편 지난 24일 현직을 벗어난 황 전 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조직으로부터 함부로 공격당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검찰과 대척점에 서 있었는데”라며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검찰의 치졸한 공격이 마침내 제게 큰 타격을 준 셈”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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